해운대 ‘폰지사기’ 첫 재판… 혐의 대부분 인정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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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환차익 미끼 470억 가로채
피해자들 “공범 있다” 한목소리

‘해운대구 폰지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13~22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A 씨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피해자 모임 제공 ‘해운대구 폰지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13~22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A 씨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피해자 모임 제공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서 달러로 환차익을 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470억 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부산일보 9월 11일 자 8면 보도)로 기소된 40대 여성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지경)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 씨는 202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약 3년간 해운대구 일대에서 이른바 ‘폰지사기’를 벌여 19명에게 47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열린 재판에서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구속 상태로 법원에 출석한 A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A 씨는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재판부의 질문에만 답변한 뒤 말없이 바닥만 내려다봤다. A 씨의 변호인은 A 씨가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피해자들은 이날 법정에 참석해 A 씨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을 사건 피해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A 씨가 처음에는 달러를 실물로 보여주는 등 믿음을 줬다가 어느 시점이 되자 원금도 돌려주지 않으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변호사를 사칭하는 등 너무나 많은 거짓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속였다”면서 “이렇게 큰 규모로 사기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건 분명히 공범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난 3월 우연히 A 씨를 알게 됐고 투자를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아 수억 원을 A 씨에게 건냈다”면서 “A 씨는 처음부터 사기를 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추가로 투자를 권유하기까지 했다. 절대로 A 씨가 혼자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에게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최근 SNS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A 씨의 엄벌과 공범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촉구했다. SNS오픈채팅방에는 이날 기준 120여 명이 참가 중이다. 이들은 추가 집회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0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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