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을 땐 산책로, 비 오면 위험지역… 도심하천 통합 관리 절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온천천서 급류 휩쓸려 실종 50대
사흘 만에 수영강서 숨진 채 발견

여러 구 지나 안전 관리 제각각
게릴라성 강수 단시간 범람 유발
폭 좁고 벽 높아 폭우 땐 급류 형성
기후 변화 대비 정비 계획 세워야

게릴라성 폭우와 폭이 좁은 도심하천의 특성에 맞는 통합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소방대원들이 지난 21일 부산 수영강 하류에서 구조보트를 동원해 전날 온천천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게릴라성 폭우와 폭이 좁은 도심하천의 특성에 맞는 통합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소방대원들이 지난 21일 부산 수영강 하류에서 구조보트를 동원해 전날 온천천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도심하천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린 50대 여성이 실종 사흘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단기간에 비가 몰리는 최근 강수 패턴과 여러 지자체를 관통하는 폭이 좁은 도심하천의 지형적 특성이 맞물려 하천 수위가 빠르게 상승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강화된 통합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0시 15분께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인근 수영강에서 50대 여성 실종자 A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시신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고 이날 오전 3시께 유가족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숨진 여성은 급류에 휩쓸리기 전 금정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온천천에서 실종된 A 씨의 소방 최초 신고가 접수되기 3분 전, 오후 5시 45분 구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앞서 A 씨는 오후 5시 40분께 하전 물이 불어나자 37번 진출입로로 올라가 하천을 벗어나려 했고, 자동차단 시설이 막혀있자 다른 출구를 찾아 발길을 돌려 관할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구청은 A 씨가 실종되기 전 모두 4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구청에 따르면 오후 5시 45분 처음으로 전화가 걸려 왔고 CCTV상으로도 A 씨의 위치가 특정되지 않아 가까운 출구로 올라가 비상 열림 버튼을 누르고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이후 2분 뒤 구청 담당자가 A 씨의 위치 파악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연결이 좋지 않아 온천장 인근이라는 말만 전해 듣고 통화가 끊겼다. 구청은 진출입 CCTV를 확인했지만, 차단시설 앞에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오후 5시 49분 A 씨는 “온천장역 4번 출구에 있다. 위험하니까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고 구청은 소방에 신고했다. 구청이 5분 뒤 여성에게 전화했지만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후 강물에 휩쓸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로 여러 기초지자체를 관통해 흐르는 도심하천에 대한 통합 관리 필요성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비가 많이 내려 온천천 통제가 시작되면 구청 직원이 현장으로 나가, 산책로에 진입해 있던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현장을 확인한다. 금정구청의 경우 오후 5시 6분 재난경보 방송을 했고 자동차단시설이 내려간 오후 5시 30분부터 현장에 직원들이 투입됐다. 동래구는 오후 5시 40분께 대피 방송을 시작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현장 직접 대응에 나서려 할 땐 이미 비가 많이 내려 늦은 상황이었다. 안전 통제도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라 어느 한 곳에서 구멍이 나면 사고를 대비하기 어렵다.

최근 강수 패턴이 단기간에 몰리는 집중호우의 양상을 띠고 있어 도심 속 규모가 작은 중·소규모 하천은 상대적으로 범람에 취약하다. 도심하천 대부분 폭이 좁고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주위 벽이 높다. 많은 비가 내리면 급류가 만들어지고 하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특히 연제구·동래구·금정구 사이를 흐르는 지방하천인 온천천은 수영강과 맞닿아 있고 폭우 시 하천 범람이 잦다. 상류 지점은 금정산과 윤산의 영향으로 온천천에서 급류가 발생하며 흙과 모래가 침식될 가능성이 있다. 중·하류부는 지대와 평균 경사가 낮아 하천 범람으로 침수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사고 당일 오후 5시 30분께 온천장역 북측의 하천 수위는 0.55m였지만 A 씨가 강물에 휩쓸린 오후 6시 1분 하천 수위는 1.83m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게릴라성 비와 온천천의 지형적 특성이 맞물려 단시간 하천 범람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온천천의 경우 오래전 설계돼 하천 폭이 좁아 최근의 게릴라성 폭우에 취약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저류 시설 확충과 기후 변화에 대비한 하천 정비 계획이 필요하다. 비가 많이 올 때 한시적으로 하천변 산책로를 관리하는 공공근로인력을 지자체별로 함께 확충하거나 사고에 대비한 모니터링을 촘촘히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