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났는데도 …백산초등 후문 삼거리 점멸등 ‘그대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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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문결과 기존체제 유지
“스쿨존 취지 무색” 비판 거세

부산 북구 만덕동 백산초등 뒤편 삼거리. 부산일보 DB 부산 북구 만덕동 백산초등 뒤편 삼거리. 부산일보 DB

지난 6월 부산 북구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서 교사가 교통 사고(부산일보 6월 22일 자 10면 등 보도)를 당한 것과 관련해 주민 설문 조사결과, 사고 구간 신호 체계는 적색 점멸 유지로 정해졌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취지가 보행자 보호인 만큼 아이들 안전을 위해 최소한 통학 시간 때만이라도 일반신호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25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북구청 주관으로 백산초등 인근 주민 757명 대상 초등학교 후문 일방통행로 지정 찬반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찬성 188표 반대 564표 기권 무효 25표가 나왔다. 경찰은 일방통행로 지정에 대한 주민 반대가 74%가 넘어 적색 점멸 신호 운영 체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주민 설문조사는 말 그대로 여론조사로 행정 절차상 조례나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삼거리로 일반 신호를 운영하기 위해선 일방통행로 지정이 필요하다”며 “이해관계 있는 주민 동의 70% 정도가 필요하지만 주변 주민여론 조사 결과 대다수 반대의견으로 확인돼 일방통행로 지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19일 오후 4시 35분 만덕동 백산초등 뒤편 삼거리에서 40대 남성이 몰던 포터 차량이 좌회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사서 교사 A 씨를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단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 시설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 이후 관계 당국은 기존에 있던 보행자 신호등은 철거하고 차량 신호등은 황색 점멸등에서 적색 점멸등으로 바꿨다. 안전 표지판과 차량 속도 저감 시설물도 추가로 설치했다.

점멸신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스쿨존 내 신호를 일반 신호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점멸 신호등은 통상 일반 신호운영 체계가 차량 정체를 유발할 수 있어 차량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운영된다. 황색 점멸은 천천히 좌우를 살펴보며 지나가라는 뜻이며 적색 점멸은 일시 정차 후 좌우를 보고 서행하라는 신호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점멸신호 의미를 모르거나 인지하더라도 속도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점멸 신호는 아이들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산지역 내 점멸신호는 총 566곳으로 단일로 178곳, 교차로 388곳이다. 이중 어린이보호구역 내 점멸신호는 절반 가까이인 258개소로 전일제 운영은 40개소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최소한 아이들이 다니는 통학 시간대만이라도 일반 신호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아이들 하교 시간 때 특히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교통 소통 문제가 있다면 등하교 때만이라도 일반 신호를 운영하거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에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 씨 가족은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사고 구간 보행 신호등 설치와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 국민 청원에 나섰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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