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된 힘줄, 삼열로 꿰매 재발률 확 낮춘다
회전근개 파열 삼열봉합술
어깨 힘줄 파열, 팔·어깨 통증 유발
초음파·MRI 검사… 손상 정도 확인
통상 부분 파열일 때 비수술적 치료
완전 파열 때는 관절경 수술이 원칙
최근 봉합력 높인 삼열봉합술 도입
수술 후 재파열률 획기적으로 줄여
‘팔이 안 올라간다, 잘 때 심한 통증으로 자다가 깬다, 어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대표적인 어깨 질환이 회전근개 파열이다. 어깨 관절 주위를 덮고 있는 4개의 힘줄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이상이 파열돼 팔과 어깨에 통증을 유발한다. 나이가 들어 근육 힘줄에 퇴행성 변화가 오거나, 운동하다가 다치거나, 직업상 과도하게 어깨 관절을 사용할 때 주로 발병한다.
■회전근개 파열, 오십견 치료법 완전 달라
회전근개 파열의 주요 증상은 어깨 관절 주위의 통증과 팔뚝의 통증이다. 통증이 심해지면 목이나 팔, 팔꿈치, 손까지 저려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팔을 뒤로 돌리거나 올릴 때 특정한 각도에서 통증이 심하게 발생하기도 하며 어깨의 운동 범위에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누웠을 때나 야간에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증상은 다른 어깨 질환들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 특히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석회성 건염과 증상은 유사하지만 치료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은 간단한 자가 테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두 팔을 들어 만세 자세를 취할 때 회전근개 파열은 스스로 팔을 올리기 힘들지만 옆 사람이 도와주면 팔이 어느 정도 올라간다. 반면에 오십견은 옆 사람이 도와서 강제로 팔을 올려도 어깨가 굳어 올라가지 않는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환자의 병력 청취에 이어 이학적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회전근개 파열이 의심된다면 상황에 따라 초음파 검사나 MRI 검사를 시행한다. MRI는 회전근개 힘줄 파열의 위치와 파열 단계, 근육의 퇴화 정도를 알 수 있어 수술을 할 것인지, 비수술적인 치료로 충분한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부분 파열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비수술적 치료를 적용한다. 물리치료, 약물치료, 체외충격파를 비롯해 각종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증상을 줄이기 위해선 힘줄 파열로 생긴 염증을 줄여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소염제 등을 포함한 약물 치료와 윤활제 및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조금 더 근원적인 치료로 충격파 에너지를 통해 힘줄의 혈관 재형성을 유도하는 체외 충격파 치료가 있다. 이외에 조직 재생에 도움을 주는 주사 방식인 프롤로 주사, PDRN 주사, 콜라겐 주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치료들을 2~3개월 동안 충분히 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관절 내시경 등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완전 파열 땐 관절 내시경으로 수술
‘오로지 어깨’를 대표 모토로 내걸고 있는 나르샤병원 이동기 병원장은 “회전근개가 아예 끊어진 ‘완전 파열’에 해당할 경우에는 수술이 원칙이다. 완전 파열일 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열 정도가 심해지고 근육이 퇴화하므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술은 주로 관절 내시경으로 시행한다. 수술 부위에 0.5cm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어 관절경을 삽입하고 모니터로 관절 내부를 관찰하면서 찢어진 회전근개를 이어 주는 수술이다.
파열된 힘줄을 봉합하는 방식에 따라 단순봉합술, 이중교량형 봉합술, 삼열 봉합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층판으로 분리되어 파열된 경우 단층 봉합술과 이열 복층 봉합술이 있다. 단층 봉합술은 층판으로 분리된 회전근개를 한번에 봉합하는 방식이며 이열 복층 봉합술은 분리된 회전근개를 각각 봉합하는 방식이다. 생체역학적으로 이열 복층 봉합술이 단층 봉합술보다 더 강하게 봉합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회전근개 봉합술을 하더라도 재파열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현재 기술로는 어느 정도 재파열이 불가피하다. 다양한 봉합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도 수술 후 재파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재파열은 회전근개 파열의 단계가 높을수록, 근육의 퇴화가 심할수록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재파열이 되더라도 수술 전보다 파열의 정도가 크지 않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재수술을 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재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삼열 봉합술 봉합력 ‘끝판왕’
재파열을 줄이기 위한 고민으로 나르샤병원에서 고안한 수술법이 ‘이열 복층 봉합술을 활용한 삼열 봉합술’(Triple row repair)이다. 대개는 이열 봉합을 하는데 한 개를 추가시켜 삼열 봉합을 하기 때문에 파열된 힘줄을 강하게 봉합할 수 있다. 거기다 라소 루프 봉합술을 결합시켜 강하게 당겨 꿰매기 때문에 봉합력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르샤병원 연구팀은 수술 후 2년 이상 경과된 극상근 완전파열 환자 324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MRI 촬영을 통해 재파열률을 누계한 결과 4.01%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보고된 회전근개 파열의 봉합법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다. 통상적으로 타 봉합법의 재파열 확률은 2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동기 병원장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던 세계견주관절학회 국제 컨퍼런스(ICSES)에서 삼열 봉합술 수술 성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ICSES는 3년마다 열리며 어깨관절 분야의 컨퍼런스에서는 가장 크고 권위가 높다.
이동기 병원장은 “특히 광범위 파열인 경우는 재파열률을 40% 이상까지도 보고하는 논문이 있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시행한 삼열 봉합술은 광범위 파열인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12.9%의 재파열률을 기록했다. 또 재파열이 되더라도 수술 전보다는 파열의 정도가 작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되는 경향이 있어 유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