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초읽기…옐런, 위험성 강력 경고
공화당 향해 "위험하고 불필요한 셧다운 막기 위해 일하라"
공화, 지출 30% 삭감·국경 강화안 냈으나 강경파 설득 실패
10월 1일 셧다운 임박했지만 대안 부재…상원안은 하원의장이 거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 앞 공사 구역에 위험 경고 문구가 쓰여 있다. 미 의회에선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정부 업무 정지 상태인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29일(현지 시간)에도 예산안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을 피하려면 의회가 내년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전에 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시한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셧다운 발생 시 정부 핵심 기능이 마비돼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미국 가계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CNN 방송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조지아주 서배너 항구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향해 "위험하고 불필요한" 셧다운을 막기 위해 "일을 하라"고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셧다운은 농부·중소기업 상대 대출부터 식품·근로 현장 안전 검사, 어린이를 위한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저소득층 어린이 조기교육 지원사업)까지 많은 핵심 정부 기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 국민의 일상생활을 개선하고 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한 주요 인프라 사업이 셧다운으로 인해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데 실패하면 미국 가계에 피해를 입히고 우리가 현재 이루고 있는 진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경제적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발언은 옐런 장관이 셧다운의 악영향에 대해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CNN은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하원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이 이날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공화당 자력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져 매카시 의장의 발목을 잡았다.
매카시 의장은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국방, 보훈, 국토 안보, 재난 구호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약 30% 삭감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강경파는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하원 민주당도 예산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올해 5월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정부 예산을 더 줄여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부결된 임시예산안은 의회가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10월 한 달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담았으며 이 같은 막판 시도마저 실패하면서 정부 셧다운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AP통신 등은 평가했다.
앞서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11월 17일까지 필요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임시예산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했으며 이번 주말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 안은 하원 공화당 안과 달리 지출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60억 달러와 재난 구호용 60억 달러를 포함했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이 상원안이 하원으로 넘어와도 상정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역시 양원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10월 1일 0시 이후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된다.
현역 군인 130만명은 무급으로 복무하며, 재외공관 등 국가 안보 관련 기관도 계속 운영한다. 항공 운항에 필요한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 직원 등도 무급으로 일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 감소할 수 있으며 0.1%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무려 260억 달러에 해당한다면서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