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대북전단금지법을 위헌이라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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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

평화통일 지향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 과도하게 침범
국가 입법적 재단 신중하고 합헌적이어야

2020년 12월 29일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이 제정·공포되었다. 이는 기존 ‘남북관계발전법’에 새 조항을 신설한 것을 두고 칭한 말이다. 즉 기존 법률에 제24조 등을 두어 대북 전단의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부분을 말한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입법 단계부터 국내외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찬성하는 측은 안전과 평화의 우선을 지지했던 반면, 반대하는 측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 의회 일각,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국제인권단체 등 국제사회에서도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모든 사람은 모든 매체를 통해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주장해 온 국제앰네스티도 남북한 경계를 넘나드는 정보 교류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우리 정부의 계속적 역할을 요청한 바 있다. 그래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인의 안전 도모를 위한 것이라 해도, 이 제한을 결코 북한 당국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제언했다.

평화통일 지향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 과도하게 침범

국가 입법적 재단 신중하고 합헌적이어야

그런데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바로 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 우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일로부터 2년 9개월 만에 내려진 지연된 것이었고, 재판관 9인 전원 일치의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7:2의 다수결로 위헌의 법정 의견이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의견은 이 조항들이 국민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첫째, 대북전단금지법의 궁극적 의도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하여 북한 정권이 용인하지 않는 일정한 내용의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어서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 둘째, 이 조항으로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 확보와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은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는 점, 셋째, 전단 등 살포 금지 행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는 점을 들어,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국가가 국민의 표현 행위를 규제하는 경우, 표현 내용에 대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될 뿐이라는 것이 헌법적 법리다. 대북전단금지법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정한 처벌을 규정한 것도 이러한 법리를 감안한 입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 안전에 대한 위험 야기,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 정책 추진에 대한 중대한 지장 초래 등의 공익은 매우 포괄적·정치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그 저해 행위자는 북한 정권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책임을 전단 살포 행위에만 묻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북전단금지법은 생래적으로 위헌성을 떨쳐 내지 못한 졸속 입법이었던 것이다.

전단 살포 행위는 정보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정치적·사회적 표현 활동의 일환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국내외 관심을 환기하고, 우리 사회 내의 중요한 공적 쟁점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공적·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권력에 예속되지 않는 자발적·독립적 의견 형성과 그에 기한 응집된 힘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게 함으로써 민주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때문에 국가권력이 국민의 표현 내용을 규제하고자 할 때는 스스로 그 규제로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공익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누군가. 민주화 과정을 겪어 오면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무엇을 지켜 내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우리다. 이것이 규제법과 처벌법이 능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우선적 판단은 국민이 하되, 그래도 필요한 국가의 입법적 재단은 더 신중하고 합헌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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