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열 3위’ 하원의장 선거전 점화 …트럼프까지 거론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혼란 속
공화당 차기 의장 후보군 윤곽
트럼프 대놓고 “많은 사람 요청”
해임 절차 개혁 요구도 계속돼
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사태 이후 혼란에 빠진 공화당 내부에서 공백 상태인 의회 지도부를 메울 대안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각에서 자신에게 하원의장을 권하는 요구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등 내심 반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NBC방송은 4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을 인용,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직후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임시 의장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뉴욕에서 취재진과 만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하원)의장을 맡아 달라고 전화하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라와 공화당, 국민을 위해 무엇이든 최선의 것을 할 것이라는 말뿐”이라고 밝혔다.
하원의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며 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그는 대통령직을 되찾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로, 권력분립이 철저하기 때문에 단순히 의회 운영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로서 역할과 정치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하원의원 신분도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 헌법에 하원의장을 ‘하원 원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나오는 여유로 볼 수도 있다. 당내 경선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대통령 선거 본선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하원의장을 맡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가능한 이유다.
다만 역대 모든 하원의장은 현역 의원 가운데 선출됐다는 점은 ‘트럼프 하원의장’ 성사 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과거에도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뉴트 깅그리치 전하원의장,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원외 인사들이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지만, 실제 유의미한 투표까지 이른 사례는 없다.
현재까지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하원의장’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반응이 더 많다.
한편, 차기 하원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공화당 내에서 본격화됐다.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59)이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번 반란을 주도한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였던 조던 위원장은 연초 하원의장 선거 때도 매카시 전 의장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57)도 나섰다. 하원 공화당 서열 2위인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당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는 오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며 공화당은 하루 전에 후보들의 정견 발표 등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에서는 하원 대혼란의 원인이 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해임 결의안을 개혁하겠다는 약속이 있기 전까지는 누구도 의장 후보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