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병원,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남발
최근 5년간에만 12억 5000만 정
병상 30개 미만의 전국 의원급 병원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를 과다 처방해 온 것으로 드러나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욕억제제 처방량 기준 상위 30개 의료기관 중 1위를 차지한 곳은 대구 달서구의 한 의료기관이다. 비만, 다이어트 전문 병원인 이 의원은 지난해 3만 1000명의 환자에게 모두 2216만 개의 마약류를 처방했다. 식약처는 이중 절반가량이 남용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의원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마약류 의약품은 식욕억제제 펜디라정(1068만 개)이었다. 항우울제인 데파스(435만 개), 알프람정(356만 개)이 뒤를 이었다. 또 충남 보령시, 경기 구리시 등의 병원에서도 의료용 마약류를 과잉 처방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남 김해의 한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한 해에만 9500여 명에게 약 3만 회에 걸쳐 식욕억제제 478만 9800정을 처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울산, 경남 의료기관 처방량 중에서는 이 김해시의 의료기관이 4위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수사 의뢰한 대상 중엔 이 김해시 의료기관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경남 김해에서는 알코올중독치료 전문 병원 정신과 전문의 2명이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셀프처방보다 더 적발이 어려운 방식의 대리 처방으로 367회에 걸쳐 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동료 의사의 마약 오남용 사실을 알고도, 병원장이 동료의사에게 83회에 걸쳐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하는 등 '마약류 처방 사각지대'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또 2018년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3032만 건(12억 5697만 정)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 처방이 12억 1910만 1198정(96.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진료과별 처방 건수와 처방량을 보면 일반의가 1648만 건(6억 8455만 정)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내과(450만 건·1억 9418만 정)와 정신건강의학과(259만 건·7480만 정) 등 이었다. 개인별 식욕억제제 처방량 상위 환자를 살펴보면, 지난해 처방량이 6678정을 넘는 환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난해 식욕억제제 처방량 기준 상위 환자 50명의 경우 총 3700정 이상의 식욕억제제를 1년 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해 기준 식욕억제제 처방량 상위 30개 의료기관 중 15곳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