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여, 민심에 ‘화들짝’… 쇄신 공천 숙제로
총선 자원 배치 고민 본격화
“이기는 공천으로 중도층 공략”
민주, ‘배재정 리스크’ 대안 촉각
국민의힘이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야당 지지세가 강한 서울 일부 지역의 표심을 확인한 것이지만, 부산·울산·경남(PK) 여야의 총선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새 ‘스윙 스테이트’(경합 지역) 성향이 뚜렷해진 PK의 경우 서울 민심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지역 여당에겐 중도층 확장 전략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 반면 야당은 다소 위축됐던 분위기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적극 대응 모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야 후보 격차가 17.2%포인트(P)로 나타난 이번 보선 결과를 두고 서울 민심이 4년 전 총선으로 되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서울 강서 갑·을·병 지역구 투표 결과를 합산하면 17.8% 격차가 난다. 물론 당시 현 여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했지만 PK에서는 의석수를 늘렸다. 이번 결과를 PK 민심에 직접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PK 지역의 윤석열 정부 국정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 있고 여야 지지율이 박빙을 보이는 등 수도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4년 전과는 또 다른 현상이다.
이러한 점이 위기감으로 작용하면서 국민의힘은 부산 중진인 하태경(해운대갑)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총선 자원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본격화하는 분위기이다. PK 역시 쇄신 공천을 통해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층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참신한 신진 인사를 등용해 현역 교체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친윤(친윤석열) 낙하산 공천 이미지를 불식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인다. 그래야 내년 PK 총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중도층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면 역대로 PK 선거 바람은 인물론에서 갈렸다”며 “이번 선거로 인해 ‘이기는 공천’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PK 민주당은 여론조사 수치로만 알았던 현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차가운 민심을 실제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된 분위기다. 이에 따라 PK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총선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인물 수혈이 전무한 후보군에서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현 지역위원장인 배재정 전 의원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사상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배 전 의원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배 전 의원의 ‘수사 리스크’가 커질 경우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사상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역구로 야권 강세 지역인 ‘낙동강벨트’에 속한 데다 이 지역 현역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면서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핫플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주된 이유이다. 부산 민주당의 한 인사는 “장 의원과 맞붙을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물을 투입하면 사상은 물론 부산 선거판 전체 분위기를 일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