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아픔에 공감한 ‘시민참여형 사회안전망’ [사랑의 징검다리 20주년]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사회복지행정연과 공동 작업
사연 발굴 보도 후 성금 전달 형식
도움 받고 시간 지나 기부자 되기도
사랑의 징검다리 기네스 사업 진행
최다 모금액 사연 제출자에 시상

‘사랑의 징검다리 1000회 기념식’이 12일 오전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기념식 후 참석자들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사랑의 징검다리 1000회 기념식’이 12일 오전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에서 열렸다. 기념식 후 참석자들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햇빛이 드는 곳에는 당연히 그림자도 생기기 마련.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밝은 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곳에는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외롭고 음습한 환경의 그들에게 밝은 햇빛을 나누어 주자는 취지에서, 사회복지 공무원 모임인 부산시사회복지행정연구회의 도움으로 이들의 아픈 사연을 소개한다.’

〈부산일보〉 2003년 7월 12일 자 21면에 실린 ‘사랑의 징검다리’ 첫 기사의 도입부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앓는 인영 군의 사연을 시작으로 1000명이 넘는 이웃의 사연이 소개됐다. 매주 신문 한 켠에 실리는 이웃의 어려움을 본 독자와 시민들은 각자 가진 한 줌의 햇빛을 나눴다. 이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 기관들의 협업이 있었기에 사랑의 징검다리가 20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다.


■그동안 걸어온 길

사랑의 징검다리는 제도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각 구·군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나 통합사례관리사가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발굴해 사연을 보내주면 〈부산일보〉 지면을 통해 이들의 사연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계좌번호를 게재한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일주일 동안 모인 성금을 사연 주인공에게 전액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2008년 11월부터는 TBN부산교통방송을 통해서도 사연이 소개됐다. BNK금융그룹 부산은행이 2015년 공감기부 프로젝트에 협약하면서 기부의 벽을 한 층 더 낮췄다. 부산은행 사회공헌 홈페이지 ‘공감 기부 프로젝트’에 댓글이 달릴 때마다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확장됐다. 1회부터 1000회까지 모인 총 모금액은 약 40억 8700만 원에 이른다.

■함께한 이들

사랑의 징검다리는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수영구 복지정책과 김종남 통합사례관리사는 “사랑의 징검다리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모금해 주고 응원해 준 많은 시민이 있어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회복지 공무원에게도 희망 같은 존재다. 사랑의 징검다리 첫 시작을 함께한 부산시사회복지행정연구회 이병우 전 회장은 “사랑의 징검다리는 부산사회복지 공무원의 자랑이며 시민 참여형 사회안전망”이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사랑의 징검다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들은 역시 후원자들이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사연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거나 매달 특정 금액을 기부하는 이들도 많다. 또 사연이 소개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으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부자가 된 사례도 있다. 최금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기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기부가 계속 이어지도록

사랑의 징검다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부산시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사랑의 징검다리 사업의 활성화와 참여자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2021년부터 ‘사랑의 징검다리 기네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해에 게재한 사연 중 가장 모금액이 많거나 공감 기부 수가 높은 사연 제출자에게 상과 부상을 수여하는 행사다. 올해 1000회 기념식에서는 역대 우수 기고자 4명과 최다 모금액 3명, 최다 공감 기부 2명에게 상을 수여했다.

12일 열린 사랑의 징검다리 1000회 기념식에 참석한 〈부산일보〉 김진 콘텐츠 이사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특정 시리즈가 1000번 이상 연재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소외된 계층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내려는 사회복지 공무원의 사명감 덕분에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