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경찰 매달고 800m 지그재그 질주
경찰 전치 3주 뇌진탕 진단, 사고 3개월 뒤 쓰러져
9시간 수술에도 의식불명…여전히 병원신세

2020년 6월 19일 출동 경찰관을 매달고 800m가량을 달린 40대 운전자의 쏘나타 차량. 이 차량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인근 교각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부산경찰청 제공

음주운전을 단속하던 경찰관을 창문에 매달고 800m나 질주한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해당 경찰관은 뇌진탕 진단을 받았고, 사고 3개월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7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6월 19일 새벽 0시 50분께 부산 동래구에서 1.3km가량을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2%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소나타 차량을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아찔한 주행을 목격한 시민이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했고, B 경위 등 경찰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B 경위는 창문에 몸을 집어넣고 “시동을 끄고 차량에서 내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B 경위를 창문에 매단 채 무려 800m 거리를 지그재그로 운전했다. 결국 B 경위는 도로로 튕겨나갔고 이 충격으로 전치 3주의 뇌진탕 등 상해 진단을 받았다.

B 경위는 뇌진탕 초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다시 일터로 향했다. 하지만 통증과 어지럼증은 점차 심해졌고 3개월 뒤에 근무복을 입다 쓰러졌다. 9시간에 걸친 뇌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B 경위의 사연이 알려지며 전국 각지의 경찰들이 ‘병원비에 보태라’며 모금의 손길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경찰 관계자는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던 동료 경찰이었는데 사건 이후 삶 자체가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며 “경찰의 목숨마저 위협하는 이런 공무집행방해 범행에 대해서는 보다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 씨는 B 경위와 가족을 위해 2000만 원을 형사 공탁했지만, 가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방법, 피해의 정도, 범행 후 정황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 B 경위는 의식을 잃기 전에 A 씨에 대한 엄벌을 원한 바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벌금형 외에는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