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줄기세포 치료의 명암
김기태 태성형외과 원장·동남권항노화의학회 이사
공상과학영화 등을 보면 인간을 대체하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하고 인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실제 과학, 공학 및 의학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을 토대로 손상된 인체 조직과 장기를 치유하거나 대체해 정상적인 기능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학 분야가 바로 재생 의학이다. 재생 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세포이고, 이러한 세포가 인체에 필요한 물질의 분비를 유도하는 것이 세포 치료이며, 생체 재료와 혼합해 조직과 장기를 형성하게 하기도 한다. 인공 조직과 장기는 아직은 연구 단계이고, 줄기세포 치료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줄기세포는 자기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은 줄기세포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세포들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는 그 세포를 구하고 이용하고 배양해서 숫자를 늘리는 모든 과정이 간단하지도 않고, 윤리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 있는 매우 예민한 과정이다. 또한 줄기세포는 발생 시기에 따라 배아 줄기세포, 태아 줄기세포, 그리고 성체 줄기세포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배아 줄기세포와 태아 줄기세포는 구하는 과정 자체가 심각한 윤리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어 임상 활용이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성체 줄기세포 치료가 현재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의 증식력과 분화력은 상대적으로 배아 줄기세포보다 약하지만 인체 내 여러 부위에서 채취가 용이하고 윤리적 문제가 없으며,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쉬워 각광받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는 지방, 골수, 혈액, 근육, 피부 등에서 분리해 낼 수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필자는 지방흡입 및 지방이식술 등 지방조직을 다루는 수술을 많이 시행했기에 오래전부터 지방 유래 성체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가 항상 환상적인 결과를 주거나, 모든 병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줄기세포 치료는 인체에서 채취한 세포를 최소한의 조작을 통해 줄기세포 성분만 추출해 바로 인체에 다시 주사하는 과정까지만 현재 국내에서 허가가 되어 있다.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증폭하는 과정까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첨단 재생의료 실시 기관들이 있기는 하지만, 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의 줄기세포 치료는 줄기세포의 상처 치유 능력을 이용해 질병이 있는 부위에 주사해 질환을 호전시키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정형외과 질환 중 관절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항노화 시술로는 지방 이식술로 얼굴의 줄어든 볼륨을 보강하고,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사용해 피부의 늘어짐과 탄력 감소 등을 회복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가까운 미래에 재생 의학의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효과와 장단기적인 부작용들에 대한 더 많은 과학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신봉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