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승부수 ‘부산-K팝’ ‘로마-클래식’ ‘리야드-개발’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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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막판 문화 콘텐츠 경쟁
한국, 파리서 K팝으로 바람몰이
이탈리아, 공연 형식 심포지엄
사우디, 건축·여성 우주인 부각

지난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CJ ENM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공연에서 출연진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CJ ENM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공연에서 출연진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나선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가 ‘문화 콘텐츠’ 경쟁에 집중하며 유치전 막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문화 콘텐츠를 막바지 경쟁의 필살기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2030엑스포 유치 경쟁 초기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이후 K팝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CJ ENM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공연도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공연에는 그룹 에이티즈, 드림캐처, 엘즈업, 엔시티 드림, 트레저, 제로베이스원, 태권도 시범단 케이 타이거즈와 몬스타엑스의 셔누·형원, 태민, 싸이 등이 참여했다.

공연장에는 초청 대상자인 40여 개국 170여 명의 외교사절단이 참석했다. 이들 외교사절은 별도 공간에서 공연을 보면서도 행사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장성민 대통령 특사 겸 미래전략기획관은 “이번 공연은 K팝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소통의 창, 글로벌 연대의 축임을 확인시켜 준 멋진 무대였다”고 말했다.

K팝 이외에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도 2030엑스포 유치에 적극 활용됐다. 조수미는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방한 당시 청와대 상춘재 만찬에서 공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조수미는 최근 파리에서 열린 한국의 ‘엑스포 심포지엄 만찬’에서도 BIE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각국 대사들 앞에서 공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이 이른바 K컬처를 전면에 내세우자 이탈리아도 음악 등 클래식 콘텐츠를 홍보에 활용하고 나섰다. 이탈리아는 지난 14일 파리에서 공연 형식의 엑스포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탈리아 엑스포 유치위가 공개한 ‘2030 로마 엑스포 주제 심포지엄’ 영상을 보면 이번 행사는 음악과 무용 등이 중심이 돼 한 편의 공연처럼 기획됐다. 이탈리아는 지난 4월 BIE 실사단의 로마 방문 당시에도 콜로세움에서 피아노 연주, 무용, 드론쇼 등 대규모 공연으로 실사단을 공략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프로축구 리그도 간판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지만, 엑스포 홍보와 관련해선 불협화음도 나고 있다. 특히 프로축구 명문 구단인 AS로마와 SS라치오가 엑스포 홍보를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됐다.

AS로마는 사우디 리야드의 대규모 관광 축제인 ‘리야드 시즌’ 홍보 계약을 맺고 선수단 운동복에 리야드 시즌 로고를 새기는 계약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AS로마와 함께 로마시를 연고지로 활동하는 SS라치오는 최근 선수단 운동복에 로마 엑스포 유치 로고를 넣겠다고 밝혔다. SS라치오는 공식 홈페이지 메시지를 통해 “로마의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능한 모든 협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는 문화 콘텐츠보다 ‘비전 2030’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부각시켰다. 사우디는 BIE 실사단 방문 당시에도 ‘더라인’ 등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적극 홍보했다. 2030엑스포 개최지로 제시한 리야드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400m인 초대형 복합시설 ‘무카브’를 건축하겠다고 밝혔다. 무카브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0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자랑한다.

사우디는 여성, 인권 등의 ‘약점’을 의식해 여성 과학자를 2030엑스포 유치 홍보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사우디의 엑스포 세미나에서는 여성 우주인인 라이야나 바르나위가 연사로 나섰다.

바르나위는 지난 6월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던 사우디의 첫 여성 우주인이다. 그는 암세포를 연구하는 학자지만 사우디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여성 우주인’이 됐다. 바르나위는 세미나에서 “나의 과제는 다음 세대가 미래에 과학자, 개척자, 혁신가가 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인데 이런 과제는 리야드 엑스포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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