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수’ 너머의 이야기를 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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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현 ‘비욘드 더 모먼트’
26일까지 부산 밀락더마켓

이세현 'Between Red-018, SEP01'. 아트밀락 제공 이세현 'Between Red-018, SEP01'. 아트밀락 제공

‘붉은 산수’의 작가 이세현.

이 작가의 작품 속 공간은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낯설다. 이세현 개인전 ‘비욘드 더 모먼트’가 오는 26일까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밀락더마켓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밀락더마켓에서 열리는 ‘아트밀락’ 프로젝트의 첫 번째 기획전이다.

이 작가는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 첼시칼리지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붉은 산수’ 시리즈는 군 복무 시절 경험이 반영된 작업이다. 작가는 “군사분계선 근처 전략지대에서 보초를 서며 야간 투시경을 썼는데, 세상이 온통 붉게 보였다”고 했다. 그는 “나무와 숲이 그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며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한 비현실적인 풍경, 절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풍경이었다”고 밝혔다.

‘붉은 산수’ 작업에는 분단의 아픔, 전쟁과 기근, 역사적 인물과 인간 군상, 기아와 불공정한 세상을 표현한 이미지가 담겼다. 산, 들, 집, 등대, 밤 풍경, 골목길, 해골, 탱크와 폭발하는 장면들이다. 분단으로 인해 눈에는 보이지만 갈 수 없는 장소와 시대 그리고 민족이 그의 그림 속에 들어 있다.

이세현 'Betweem Gold - 021SEP01'. 아트밀락 제공 이세현 'Betweem Gold - 021SEP01'. 아트밀락 제공

이 작가의 작업은 콜라주와 유사한 방식을 취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편린들을 섞어서 DMZ의 풍경을 재구성하고 재조립했다. 이 작가는 아름다운 대자연에 전쟁과 파괴 등의 이미지를 더하며 ‘누가 이 처참함을 멈출 것인가’를 질문한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에 관심이 많다. “더 이상 풍경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나는 그것을 그려야 했다”고 말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동시에 나타난다.

한편, 부산 출신인 이 작가는 지난 7일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염원하며 기장군 스톤게이트 CC에서 진행된 ‘2023 마음 박세리 월드매치’에 작품 전시로 참여하기도 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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