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대학병원 “필수 인력 확충·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 절박”
소아과·응급실 등 의사 수 부족
수도권 비해 지역서 문제 더 심각
부산의료원 외과 의사 공백 겪어
부산대 국감서 의대 증원 도마 위
필수의료·지역 의사 별도 모집에
특정 진료과 선호 해소책도 주문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역의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체계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과 대학에서도 필수 인력 확충을 기반으로 한 의료 인프라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아과 전문의 고갈 직면
전국적 현상인 소아과 의사 수 부족은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부산의 경우 올해 사상 처음으로 6개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를 한 명도 모집하지 못했다. 꾸준히 전공의를 받아오던 부산대병원도 올해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양산부산대병원조차도 올해는 신규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상국립대병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공의를 한 명도 충원하지 못했다.
전공의는 주로 평일 야간, 주말·공휴일 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만큼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것은 소아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전공의가 없는 탓에 각 대학병원은 응급 담당 전문의를 별도로 채용하거나, 외래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는 방식으로 의료 공백을 메꾸고 있다. 해운대백병원은 소아 응급 담당 전문의를 채용해 운영 중이며, 고신대복음병원·동아대병원은 외래를 보는 전문의들이 야간당직을 서며 응급체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병원에서는 소아 응급환자의 경우 초진 환자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우성 쏟아지는 현실
전문의·전공의 부족은 소아청소년과 뿐 아니라 응급·분만·외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과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경우 서울에 비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앞서 부산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담의 5명 중 3명이 그만두면서 응급실 축소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다행히 다른 진료과와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며 응급실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필수의료에 대한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부산의료원의 경우 산부인과와 외과 의사 공백 문제도 겪었다.
필수의료 공백은 응급 상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구급대원의 경우 응급환자 발생 시 의사가 없어 응급실을 알아보는데 시간을 쏟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산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위장관출혈 환자의 경우 응급내시경이 필요한데, 환자 이송 시 전문의가 없다고 해서 즉각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특히 많다”면서 “현장에서는 전공의·전문의 부족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세워야하는 지자체도 의사 수 부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특히 소아·응급 관련 분야에서의 공백이 큰 상태다.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리면 현 상황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필수의료 종사자들의 획기적인 근무여건 개선 등이 함께 이뤄져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소아과 의사 수 부족 문제는 2018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크게 문제는 없었는데, 최근들어 기피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봐서는 증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의료 환경 개선, 수가 확대 등이 함께 가야 의대 증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국감’된 지역 국감
18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 부산대·경상국립대 국정감사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부산대의 경우 의대 신입생이 125명, 경상국립대는 76명으로 지역 대학 중에서도 의대 운영 규모가 큰만큼 최근 공론화된 의대 증원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의대생들이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과목을 서로 안 하려고 하는 문제 때문에 의사가 모자란다는 말이 더 나오는 것 같다”면서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환자를 보다 보니까 의료분쟁이나 의료사고 위험성이 큰 점도 필수의료 진료과를 회피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진료의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의대생들이 소위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소위 ‘돈 잘 버는 진료과‘ 선호 현상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으로 의대 선발 방식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학 전형 과정에서 공공·지역 의료로 한정해 의대생을 선발하고 일정 기간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게 하는 ’필수의료 의사’ ‘지역 의사’를 의대 모집 과정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필수 의료나 공공·지역의료로 모집 단위를 별도로 만들어 졸업 후 일종의 의무 복무 형태로 해당 분야에서 일하게 하면 필수 의료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의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국립경상대병원 안성기 원장은 “수련을 받고 개원을 했을 때 의료수가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소아청소년과 등의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다”며 “수도권 전공의 대부분이 지방대 출신인 현상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