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 소비 권력, 잘파 세대를 잡아라”
잘파 세대/황지영
Z 세대와 알파 세대 통칭
나이에 비해 막강한 자본력
사회적 책임과 환경 중시
‘잘파 세대’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 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α) 세대를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학계에서는 ‘MZ’보다 유사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어린 시절부터 로블록스, 주식, NFT 등을 경험하며 자본주의 감각을 키웠으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미 아마존과 우버 등 세계적인 기업은 잘파 세대 분석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이 잘파 세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소비 권력이라는 점이다. 이미 잘파 세대는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매크린들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적으로 알파 세대 인구가 22억 명에 달해 베이비붐 세대를 추월할 것이라 예측한다. 둘째, 잘파 세대는 부모 세대인 밀레니얼, X 세대와 상호작용이 활발해 서로의 소비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팬데믹 기간 중 학교에 가는 대신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지낸 영향으로, 밀레니얼 부모의 성향은 고스란히 잘파 세대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인 앤드 컴퍼니는 2030년 잘파 세대가 명품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나이에 비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로블록스, 주식 등으로 수익 창출을 경험한 세대로 경제관념이 뛰어나 ‘자본주의 키즈’로 불린다. 아마존에서는 10대를 위한 ‘틴 로그인’ 계정을 제공하며,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는 아예 18세 미만을 위한 판매자 계정을 오픈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토스뱅크가 8살부터 사용 가능한 충전식 ‘유스카드’를 출시했는데, 1년 4개월 만에 누적 발급량이 100만 장을 넘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전공 부교수인 저자는 <잘파가 온다>에서 역사상 최대 소비 권력으로 부상 중인 잘파 세대가 열광하는 트렌드 9가지를 소개하고, 거시적 차원에서 국내 기업이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한다. 잘파 세대 트렌드는 안티알고리즘,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진지함보다는 가벼움, 소비로 자존감을 높이다 등이다.
잘파 세대 트렌드 중 하나는 알고리즘에 거부감을 느끼고 익명성을 추구하는 ‘안티알고리즘’이다. 미국의 10대 사이에 구글을 이용할 때 흔히 시크릿 모드로 불리는 ‘인코그니토(익명) 모드’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의 신분과 행적이 추적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잘파 세대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콘텐츠에도 거부감을 보인다. 일찍부터 디지털 환경과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탓에 과장된 콘텐츠, 과도한 필터 사진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게시되는 ‘보여주기식’ 콘텐츠보다 ‘진정성’ 유무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프랑스에서 출시한 소셜 미디어인 ‘비리얼’은 10대의 이러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성공을 거둔 사례다. 하루에 한 번 무작위로 알람이 울리면 2분간 사진 촬영과 업로드가 가능한 서비스인데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비리얼은 2022년 7~9월 미국 iOS 앱 스토어에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잘파 세대는 디지털이 익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활동과 인간적인 연결, 착한 소통에 대한 욕구 또한 크다. 익명의 칭찬 릴레이가 가능한 소셜 미디어 가스가 고등학생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임에도 론칭 2개월 만에 앱스토어 1위(2022년 10월 기준)를 했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잘파 세대가 이전세대보다 사회적 책임, 환경,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책은 이들에 대한 고정 관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지영 지음/리더스북/256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