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전공 후 의대 진학’…교육부장관 “신중하지 못했다, 송구” 대국민 사과
이주호 장관 “입시 공정 우려 고려해 정책 추진 않겠다”
교육부, 19일 자율전공·무전공 진학 후 의대 진학 제안
대통령실 “정부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며 공개 질책
연이은 엇박자로 정부 교육 정책 신뢰도 추락 우려
교육부가 ‘대학 자율전공·무전공 학과 진학 후 의대 진학’ 정책 구상(부산일보 지난 20일 자 3면 보도)을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대통령의 공개 질책을 받고 하루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민감한 입시 관련 정책을 숙의 과정 없이 언급해 입시 현장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0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도권 지역 시도교육청 국정감사에 앞서 개최한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대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몇몇 대학 총장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입시 공정과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해 정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장관은 19일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 신입생 30%는 전공 선택의 자유를 주고 의대 정원이 생기면 (늘어난 정원을) 자율전공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전공, 자율전공 입학 후 의대 진학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였다. 자율전공 학생은 대학 입학 뒤 진로·적성 탐색 기간을 거치고 통상 3학년 때 전공을 정하지만 현재 의대 진학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알려진 뒤 교육부의 구상이 대학 내에서 이공계 붕괴를 심화시키고 자율전공학부 1~2학년 사이에서 과도한 경쟁을 유발시킨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기존 의대생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대통령실도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교육부장관이 언급한 자율전공 입학 후 일부 의대 진학 허용은 우리 정부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그럴 계획조차 없다”며 “대통령은 불필요한 언급으로 혼란을 야기한 교육부를 질책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실과 교육부의 엇박자가 교육부와 대통령실의 ‘불볍화음’이 입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엇박자가 처음이 아닌 점도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두고도 혼선을 빚었고, 지난 7월에는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에서도 의사소통 부재로 지역 국립대들의 사무국장 집단 공석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만5세 초등학교 입학안을 정부가 공론화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부산 지역의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정책은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숙의 과정의 결과물이어야하는데 확정되지 않은 이야기를 정책 최종 결정자가 하는 것, 정부 기관별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정부 신뢰의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