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은 쌓였는데 돈줄이… ” 대선조선 워크아웃 신청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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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출입은행에 신청
연말 선박 두 척 인도 불구
단기 유동성 위기에 발목
워크아웃법 지난 15일 일몰
‘돈맥경화’ 중소 조선사 긴장

향토 조선사인 대선조선이 지난 12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대선조선 영도공장 전경. 부산일보DB 향토 조선사인 대선조선이 지난 12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대선조선 영도공장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향토 조선업체인 대선조선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난에 시달려 오던 중소 조선업계가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선조선은 지난 12일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금 등을 해주는 제도다.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은 유지할 수 있어 단기 유동성 위기 탈출에 용이하다.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호황에도 불구하고 대선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 중소 조선사를 압박하고 있는 인력난 탓이다. 필수 인력인 용접공을 비롯한 국내 인력 대부분이 경기도 평택시의 삼성 반도체 공장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현장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이를 메워줄 외국인 노동자 수급 역시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선업계의 돈줄이 막혔다.

대선조선은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의 60~8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박을 수주해 왔다. 중소 조선사는 일반적으로 공기를 2년 남짓으로 잡는다.

그러나 생산 인력을 구하지 못해 6개월 이상씩 선박 인도 시점이 늦어지면서 그 사이 조선소를 운영할 돈이 말랐다. 최근 대선조선이 협력업체에 대금 지연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는 등 자금난을 호소해 온 이유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년 전에 비해 60% 이상 폭증한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이들 중소 조선사를 수주 당시 가격으로는 사실상 선박 인도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선조선 측은 임직원 급여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벌여왔지만 상반기 총부채는 4577억 원으로 부채 비율이 500%를 넘어섰다.

앞서 대선조선은 2000년대 말 조선업 불황으로 한 차례 워크아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다 2021년 동일철강과 동원주택, 세운철강, 동일스위트 등 향토기업 5곳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주 물량을 쌓아두고도 인력난과 비용 폭등을 견디지 못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대선조선 측은 워크아웃 절차를 마무리 짓는 단계에 들어갔다.

그나마 대선조선은 지난 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일몰 전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터라 단기 위기만 극복하면 정상화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효력을 잃어 이제부터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수단이 법정관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이즈가 비슷한 중소형 조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경영권은 물론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법원이 지정한 법정관리인이 기업을 관리하게 된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오는 12월에 2척의 선박이 인도하고 대금을 받을 예정인데 인도 시점 사이 찾아온 일시적인 자금 위기일 뿐”이라며 “오랜만에 호황을 맞은 부산 조선업계를 위해서라도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무사히 마무리 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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