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부사장 “부산 촌 동네” 망언 일파만파
올 8월 ‘한국방문의 해’ 행사 거론
이재환 부사장 회의서 지역 비하
국감서 부인하다 녹취 틀자 사과
엑스포 유치 최일선 기관서 망발
민주 “인사 참사… 즉각 사퇴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부산을 “촌 동네”라고 비하 발언한 녹취 음성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임원이 터무니없는 망언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한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전의 홍보 최일선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이미지에도 재를 뿌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부사장의 망언이 부산 시민의 자긍심을 짓밟았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이 부사장의 “부산 촌 동네” 발언 사실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 등에 대한 국감에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이 부사장을 향해 “모 회의에서 ‘뭐야 왜 거기(부산)에서 (행사를) 한 거야? 동네 행사해? 지금 부산에 깔아주는 거야? 부산 촌 동네’라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부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감장에서 이 부사장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부사장은 “진의가 왜곡된 것 같다. 사과드리겠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녹취파일에서 이 부사장은 “부산에 가 봤는데 왜 거기서 (행사를) 한 거냐”면서 “부산 촌 동네, 시골에서 왜 그런 걸 하느냐”고 말했다.
이 행사는 지난 8월 열린 ‘한국방문의 해’ 기념행사로, 부산엑스포 홍보 무대로도 활용되기도 해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사 직원들이 전방위로 2030엑스포 홍보에 매진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양새다. 특히 김 사장은 그간 2030엑스포를 두고 “부산과 대한민국이 한발 더 나아갈 둘도 없는 소중한 기회”라며 유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 부사장의 민폐는 이뿐이 아니다. 그는 ‘가벼운 입’으로 야당에 윤 정부를 향한 공세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부사장은 공사 직원들에게 “저 낙하산이잖아요, 낙하산”이라며 “그분(전임 사장)도 낙하산으로 저처럼 오신 분이니까 빨리 짐을 싸실 생각을 하고 계셨을 거고…”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권력과 연줄로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외에 이 부사장은 ‘제2의 한동훈이 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부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낙하산 발언을 고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능력까지 비판하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지난 2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소개해야 할 관광공사 임원의 인식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사장은 더 이상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이재환 씨를 부사장 직에 임명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능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며 “친분과 인맥이 있다면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윤석열 정부의 공기업 임원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부사장의 ‘부산 촌 동네’ 발언을 두고 민주당 부산시당은 강력하게 규탄했다. 최형욱 민주당 부산시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같은 자질 없는 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사 제도 혁신이 이뤄지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