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원, 산은 부산 이전 또 반대… 균형발전 외친 당 맞나?
김성주 “부산 이전 설득력 떨어져”
본인 지역구엔 ‘금융중심지’ 추진
노조·국회 설득 작업 필요 지적도
박재호 의원은 “부산 이전 노력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기조를 계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산은도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황당한 논리를 폈다. 최초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 수립 등 민주당이 시작한 균형발전 정책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산은 이전을 반대해 온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혈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한국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 쟁점은 단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사안이었다.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야당이 제동을 걸며 여야 중앙 정치권이 대립을 이어온 만큼 이날도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성주(전북 전주병)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니, 산은도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폈다. 그는 “지난 9월 기준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이 우리나라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다”며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면 산업은행을 수도권에 두는 것이 타당하지 않냐”고 말했다. 관련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니 산업은행 본점도 서울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발언은 산은 부산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이 논리는 민주당 정체성과도 배치된다. 1차 공공기관 지역 이전 계획은 2000년대 초 노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됐고, 문재인 전 정부도 국가균형발전을 천명해 왔다. 특히 김 의원은 본인 지역구에 ‘제3금융중심지’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어 더욱 모순된 주장을 펼친 셈이다. 여권에서는 “산은 부산 이전을 막기 위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왜 이전 지역이 부산이냐’고 물으며 “부산 금융중심지 기반 조성을 위해 산업은행이 이전하겠다는 건데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균형발전을 위해서 (산은이)낙후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하면 전북과 같은 곳으로 가야 되지 않겠냐”고도 말했다.
이에 강석훈 산은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으로)동남권 지역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서울은 벤처캐피털(VC)이나 투자사들이 굉장히 많은 상태다. (산은이)전국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산은법 개정과 관련,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노조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법 개정이 안 되면 할 일이 없다는 자세가 아니라 노조 설득도 해야 하고, 이들을 만나서 부산 이전에 대한 공동의 장도 마련하는 등 토론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의원들을 회장이 직접 찾아 설득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산업은행이 본점 부산 이전이 적절하다는 전제하에 효율성 검토만 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노조와 나름대로 (설득 과정에)나서고 있다.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향후 법안소위가 진행될 때 산업은행이 부산에 가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설명에 나설 계획이다. 자료를 준비해 의원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설득에 나설 예정”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당을 떠나 지역구에 따라 산은 부산 이전 사안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박재호(부산남을) 의원은 “낙후된 지방 출신이라 ‘죄인'이라고 자조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라며 “산은 회장이 법 개정이 안 되면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노조도 만나고, 의원들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