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른 온도 [남형욱의 오오티티]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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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부 기자

'이두나!' 포스터. 넷플릭스 캡처 '이두나!' 포스터. 넷플릭스 캡처

‘사랑’이란 단어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동사 ‘살다’에서 파생되었다는 말도, ‘살갗’의 ‘살-’에 접미사 ‘-앙’이 붙어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또 상대를 헤아린다는 뜻의 한자어 ‘사량(思量)’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사랑의 어원이 분분한 것은 왜일까. 그만큼 사랑의 모습과 방식이 저마다 다양하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넷플릭스 등 OTT플랫폼에 사랑이 넘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이두나!’와 일본 드라마 ‘퍼스트 러브-하츠코이’가 그 주인공. 두 작품 모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플롯의 전개 방식이나 인물의 감정 표현은 완전히 극과 극을 달린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두나는 여름, 퍼스트 러브는 겨울이다. 두 나라가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두 계절의 온도처럼 확연히 다르다.

이두나!는 주인공들의 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드라마는 ‘나한테 반하지 마!’라고 원준을 도발하던 두나가, 결국 원준을 ‘인생의 변수’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시청자들은 두나와 함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사랑의 풋풋함과 발랄함을 떠올리게 된다. 퍼스트 러브는 조금 다르다. 고교 시절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헤어지게 되고, 세월이 흘러 운명처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두 사람은 결국 이어진다. 한겨울 눈 쌓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쓸쓸함 가득한 화면 질감은 이별의 아픔과 사랑의 애절함을 더 부각한다.

두 드라마 모두 클리셰에 충실하다. 어디서 본 듯한 연출, 줄거리가 이어진다. 한 하숙집에 살며 불편한 사이였던 두 남녀가 결국 서로에게 끌린다는 이두나!와 기억을 잃은 여자와 첫사랑을 못 잊는 남자라는 설정의 퍼스트 러브는 뻔하지만 익숙하다. ‘아는 맛이 더 맛있다’고 했던가. 드라마 속 클리셰는 로맨스 장르의 강점을 극대화해 감정을 크게 자극한다.

'퍼스트 러브-하츠코이' 포스터. 넷플릭스 캡처 '퍼스트 러브-하츠코이' 포스터. 넷플릭스 캡처

두 드라마의 원형 또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두나!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어느새 국내 제작 콘텐츠에 붙은 ‘웹툰 원작’이라는 딱지는 흥행 보증 수표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두나!는 현재 가장 시장성 높은 콘텐츠의 2차 창작물로, 대중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트렌디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유행을 잘 따랐다고 할까. 그에 반해 퍼스트 러브는 과거에서 드라마의 원형을 찾았다. 1999년 일본을 강타한 인기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 앨범 ‘first love’와 2018년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初恋(하츠코이 -첫사랑)'이 드라마의 기원이 됐다. 한때 ‘응답하라’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나 드라마 속 소재는 사랑의 애절함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첫사랑은 있다. 그게 풋풋함이든 애절함이든. 메마른 감정을 다시 촉촉하게 적셔보는 건 어떨까.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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