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형 악기부터 디지털 자료까지…국립부산국악원 국악체험관 문 연다
국립부산국악원 개원 15년 만에 개관
영남 춤·국악 자료 인터랙티브 방식 감상
실감 전시실·디지털 자료실·강습실 갖춰
27일 개관식…교육·체험 강좌 운영 확대
대표 공연 ‘춤바람 분데이’ 2년 만에 첫선
대극장 로비에선 공연 ‘연계 사진전’ 개최
국립부산국악원 국악체험관 지하 1층 디지털 자료 전시실 1관. 갓과 도포를 차려입은 사내 캐릭터가 홀로그램처럼 등장해서 원반형 축음기의 톤암(카트리지 포함)을 영차영차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하자 LP 음반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박대성류 아쟁산조’라는 곡명과 함께 박대성(1938~ )이 이 곡을 언제, 어떻게 녹음한 건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글씨 조명으로 나타났다. 헤드셋을 쓰자 해당 음악이 흘러나왔다.
지상 1층 실감 전시실 2관. 영남의 대표 민요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밀양아리랑’ 중 하나의 버튼을 누른 뒤 악기 이름이 하나하나 표시된 악기 오브젝트를 인터랙티브 미디어 테이블로 옮기자 희한하게도 그 악기만이 가지는 음색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악기 숫자가 더해질 때마다 사운드가 달라졌다. 대금, 가야금, 해금 등 내 멋대로 듣는 ‘밀양아리랑’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흥미로웠다. 첨단기술을 입힌 실감 콘텐츠의 위력이다.
올해로 개원 15주년을 맞은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이정엽)이 오는 27일 오후 4시 30분 국립부산국악원 야외광장에서 국악체험관 개관식을 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15년 전 2008년 전통예술 복합기관으로 국립부산국악원이 개원할 때부터 포함된 내용이었지만, 예산을 이유로 건립하지 못하다가 15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국악체험관 용도는 교육·체험·강연 등의 종합적인 제공이다.
국악체험관 규모는 앞마당 부지 2만 1350㎡에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으로 연면적은 2만 4990㎡이다. 대강습실 2개, 중강습실 2개, 소강습실 4개를 갖추고, 디지털 자료 전시실Ⅰ·Ⅱ와 실감 전시실 Ⅰ·Ⅱ 등의 4개 전시실을 상시 국악 체험 공간으로 제공한다.
지난 24일 오전 국악체험관을 돌아봤다. 전시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최신 인터랙티브 기술이 적용됐다. 건물 외벽은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한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자료 전시실 1관과 실감 전시실 2관 외에도 실감 전시실 1관에선 영남 춤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 아트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총 8분짜리 영상이라고 하는데, 동래학춤(부산)·승전무(경남 통영)·진주검무(경남 진주)·금회북춤(대구) 등 4종류의 춤이 3D 촬영과 국립부산국악원 반주로 송출됐다. 벽면 3면과 바닥 면까지 프로젝션 맵핑을 해서 관객 몰입도는 배가됐다.
디지털 자료 전시실 2관은 영남의 국악 관련 무형문화재 종목과 인물 중심으로 수집한 자료가 미디어월로 전개된다. 국립부산국악원이 영남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수집한 890건 정도의 자료를 공개한다. 문화유산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의미와 스토리를 담고자 한 부산국악원의 정성이 느껴졌다. 국악체험관 조성에 들어간 비용은 19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날 이정엽 부산국악원장은 교육·체험 프로그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악 교육의 새 여정을 시작하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2009년부터 3개 강습실에서 시작한 5종의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이번 국악체험관 개관을 통해 8개 강습실이 추가되면서 총 15종으로 확대 운영한다.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K-어린이연희단, 영남춤교실, 국악문화학교(심화반)를 운영 중이며, 내년부터는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국악교육 활성화’, 청년·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국악 매개자 육성’, 일반인·외국인을 위한 ‘국악 여가 활성화’, 취약계층을 위한 ‘국악과의 동행’ 등으로 어린이부터 외국인, 문화소외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 국악체험관 개관을 기념해 27일부터 12월 말까지 국악체험관 2층에서 사진 공모전 수상작 및 역대 공연 포스터를 전시한다. 28일은 공연과 연계한 인문학 강연 ‘이야기마당 덤덤덤’을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를 통해 보는 부산의 문화유산과 신명의 가치’를 주제로 개최한다. ‘춤바람 분데이’ 안경모 연출자와 함께 해방 전후 부산의 풍경, 공연 제작 과정 등을 공유한다.
개관식 후에는 개관 기념 공연으로 부산 지역의 전통춤인 ‘동래학춤’을 소재로 한 가무악극 ‘춤바람 분데이’를 27~29일 연악당에서 공연한다. 극은 광복 직후, 어수선한 시대 배경 속에서 이름도 없이 뒷밀이(손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 직업)로 불리던 한 청년이 우연히 ‘동래학춤’ 사진 한 장을 보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춤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품은 총 6장으로 △프롤로그 △제1장 시시골뒷밀이, 학춤에 반하다 △제2장 내력 있는 춤꾼을 만나다 △제3장 춤바람 휘익~ △제4장 무복을 만나다 △제5장 춤이라는 목숨 줄 △제6장 춤 춰!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S석 2만 원, A석 1만 원이다. 공연과 연계한 사진전도 대극장 로비에 전시된다.
이 원장은 “국악체험관 개관을 계기로 국립부산국악원은 앞으로도 질 높은 프로그램 제공과 함께 지역 주민·관광객 모두가 다양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악체험관 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춤바람 분데이’는 2년 넘게 신규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쳤고, 제목이 지닌 의미처럼 모두에게 춤바람이 스며들기를, 국악원이 영남권 국립기관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개관식을 비롯해 공연과 강연 예약은 국립부산국악원 누리집 혹은 전화(051-811-0114)로 문의하면 된다. ‘부산시민 30%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