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개그맨 윤택 “무작정 땅 사지 말고 1년 정도 임대로 귀촌 생활해 보길”
16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특강
‘방송 비하인드’ 주제로 궁금증 풀어
“방송 3년 후 감기도 안 걸릴 정도 건강”
“영어 책, 책~~~, 아니, 마이크 체크, 체크~~~, 여러분 지금의 박수와 함성을 조금 더, 10배 정도 끌어올려 보겠습니다.”
폭탄 머리와 후덕한 몸매가 트레이드 마크인 개그맨이자 방송인인 윤택이 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 42층에서 열린 제16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2학기 강의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비하인드’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윤택은 방송계 데뷔와 함께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의 ‘택아’ 코너에서 한 박자 느린 복서를 열연하며 인상 깊은 폭소를 자아내 대중에 큰 인기를 끌었다. 산을 좋아하는 그에게 어느 날 MBN 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출연 제의가 와 개그맨 이승윤과 함께 격주로 이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로 12년 차를 맞으며 윤택은 어느덧 프로 귀농·귀촌 전문가가 됐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2012년 8월 처음 방송된 이후 ‘틀면 나온다. 수도꼭지처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유일의 최다 재방송 프로그램이 됐다. 23개 방송사에서 하루 80회를 재방송할 정도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 ‘VOD 특별상’까지 받았다.
윤택은 “전국에 있는 두메산골은 모두 다녀본 것 같다”며 방송에 나오지 않은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위성지도를 보며 외딴곳의 건물을 찾고 그곳 이장에게 연락해 방송 적합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한 달에 2번, 주 3일씩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일단 그렇게 다닌 장소만 현재까지 전국에서 270여 곳이나 된다고.
또 요즘의 자연인은 산의 고지보다 조금 낮은 중턱에서 생활하며 혼자가 아닌 부부가 많아졌다고 한다.
윤택은 “자연인들 대부분이 말수가 적다”며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첫날 데면데면하던 자연인들은 둘째 날에 말이 트이기 시작해 셋째 날엔 아주 오래된 사이처럼 깊어집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는 연출가 등 6명이 3일간 촬영을 한다. 따라서 비상용으로 라면을 꼭 챙겨간다고 한다. 그동안 200명 이상의 자연인들을 만났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그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꿈틀거리는 애벌레, 말벌 이런 것들을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사실 엉뚱한 행동을 마주할 때는 조금 힘들기도 합니다. 어느덧 이것들이 고소하고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또 산삼과 더덕을 많이 먹어서인지 방송을 시작한 후 3년이 지나고 보니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고 더욱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윤택이 자연인들을 통해 터득한 것은 자연에서 사는 노하우다. 그는 좋은 땅으로 해발 300m 이상, 특히 700m의 고지를 추천했다. 실제로 700고지는 사람이 살기에 최적인 곳으로 꼽힌다.
그는 자연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귀촌 전 이곳저곳 다녀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땅을 사지 말고 일단 1년 정도 임대로 지내 보고, 자기가 사는 곳에서 1시간 남짓 되는 거리가 좋습니다. 너무 멀면 자주 잘 안 가게 됩니다. 비싼 도시에서 노후를 보내지 말고 한적한 곳을 둘러보고 저렴한 곳에 나만의 터전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윤택은 “바쁘게 살아오며 지친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볼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면서 “주말이면 나도 가족들과 도시 인근에서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인 흉내를 낸다. 어느덧 내가 반은 자연인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여러분들은 CEO기 때문에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사원, 가족들을 위해서 욕심을 낼 때는 내야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찾아와서 자연인이 되겠다고 하면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말을 합니다. 돈 많이 벌고 너의 성취도 이루고 그렇게 해서 잘 살아서 좋은데 많이 돈을 기부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CEO도 자연에서 삶을 배우고 행복의 에너지를 얻어가며 가까운 미래에는 자연에서 지내길 권했다.
윤택의 강연에 빠져들다 보니 그가 ‘나는 자연인이다’ 만큼이나 자연인 같이 느껴졌다.
글·사진=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