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요한표 혁신안, 실기하면 국민의힘 미래 없다
‘통합과 희생’ 방향 제시, 본격 행보 나서
총선 전 마지막 기회, 성과 이룰지 주목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통합과 희생’을 당 쇄신의 방향으로 제시하며 본격적인 혁신 행보에 나섰다. 안팎의 기대와 우려 속에 혁신위원 구성을 마친 인요한 위원장은 지난 27일 첫 회의에서 1호 안건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대사면’ 방안을 내놨다. 이른바 비주류 끌어안기를 통한 당 통합의 일환이다. 여기에 영남 유력 정치인의 서울 험지 출마론도 꺼냈다.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인 위원장이 첫 출발부터 당내 민감한 문제를 표면으로 끄집어내면서 혁신위의 존재감과 색깔을 과시한 모양새다. 그러나 당내에선 여전히 정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혁신위는 통합을 위해 비주류 끌어안기 외에 호남 민심도 적극적으로 아우를 것이라고 밝혔다. 첫 외부 일정으로 30일 5·18 국립묘지 참배를 택한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영남당 이미지를 탈색하면서 당의 대화합과 탕평 기조를 이룬다면 당 쇄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긴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지도부도 혁신위에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다. 그런데 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반발이 만만찮다. 당장 대사면 제안에 당사자인 이 전 대표나 홍 시장이 반발하고 있고, 서울 험지 출마론 역시 내부의 불만이 비등하다고 한다. 혁신위가 맞닥뜨린 첫 고비인데, 이를 넘지 못하면 당은커녕 혁신위 자체의 미래도 기약하기 어렵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혁신위원회는 당 내부의 위기를 외부 인물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인 만큼 당내 지지가 필수적이다. 매우 원론적인 얘기임에도 혁신위가 제대로 성과를 거둔 경우는 흔치 않다. 당이 분명한 위기임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국민의힘 혁신위 역시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결과로 시작된 조직이다. 선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막다른 지경에서 당의 쇄신을 혁신위에 맡겼는데도 안에서 이를 두고 계속 파열음이 그치지 않는다면 이는 국민이 보기에도 정말 딱한 일이다. 국민은 여당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년 4·10 총선이 대략 5개월 남은 지금, 국민의힘 혁신위는 그때까지 당을 쇄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실기하면 어떤 처지에 놓일지는 국힘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다른 국민들도 꼭 특정 정당의 지지 여부와 별개로 여당이 과연 진정성 있는 쇄신을 이룰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국힘은 윤석열 정부와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의 실패가 곧 여당의 실패로, 다시 국정 운영의 위기로 이어지는 모습을 국민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혁신위가 지도부나 내부 반발로 중도에 흔들리거나 힘을 잃어서는 당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국힘은 명심해야 한다. 국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