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에 사람 한 명 없고 AGV만 작동… 국내 첫 ‘완전 자동화 항만 시대’ 열어
부산신항 서‘컨’ 2-5단계 시연회
시간당 컨 처리량 26→30개 확대
시운전 후 내년 3월 중순 정상 운영
“사람이 없어서 밤에도 조명이 없습니다. 시커먼 부두 먼지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 27일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이하 서‘컨’) 2-5단계 준공 현장.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가 마련한 완전 자동화 항만하역장비 시연 행사가 시작되자 자동이송장비(AGV) 329호기가 안벽의 컨테이너 크레인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야드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컨’은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항만이다. 자동화 항만의 핵심은 자동이송장비(AGV)가 바닥에 매립된 무인 차량 위치 감지 장비 등 자동화터미널운영시스템(TOS)에 따라 부두를 오가면서 컨테이너 크레인(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린다)과 트랜스퍼 크레인(장치장에 컨테이너를 쌓거나 반출한다)으로 컨테이너를 나르는 것이다.
먼저 컨테이너 크레인에 달린 트롤리가 선박에서 시연용 공 컨테이너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두 개 트롤리 중 첫 번째가 컨테이너를 집어 올려 적재 공간에 내리면 두 번째가 이를 다시 집어 올려 미리 도착해 대기하고 있는 AGV 329호기에 적재한다.
AGV 329호기는 이송 구역에서 혼잡을 피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다가 트랜스퍼 크레인 쪽으로 이동한다. 트랜스퍼 크레인은 329호기가 싣고 온 컨테이너를 다시 들어 올려 장치장으로 옮긴다.
한쪽에서는 AGV 326호기가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기 위해 트랜스퍼 크레인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은 하역할 때와 역순으로 진행된다.
서‘컨’ 항만구역에는 사람이 아예 없다. 기존 항만에는 컨테이너 크레인 위 제어 공간(캐빈)에 사람이 타서 조이스틱을 이용해 ‘인형뽑기’처럼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내렸다.
대신 부두에서 조금 떨어진 제어실에 모니터링과 비상시 대비를 위해 32명이 근무한다. 또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작업은 선박이 바람 등에 흔들릴 때 사고를 막기 위해 사람이 제어한다.
BPA 관계자는 “크레인 60대 기준 90명 인력이 필요하지만, AGV 도입으로 사람이 필요 없게 된다”며 “제어실 상주 인력도 이전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완전 자동화 항만은 전기로 가동돼 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 발생이 적고, 인명사고 위험도 현저히 준다. 강준석 BPA 사장은 “서‘컨’이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정식 운영되면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량도 26개에서 30개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서‘컨’ 운영사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 김창훈 대표는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3월 중순 정도에는 정상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 자동화되면 선석에서 이송, 야드까지 부두의 모든 단계가 분절 없이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