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치료부터 우선…과잉 수술 피해야” [명의와 함께하는 휴&락]
[명의와 함께하는 휴&락]
④ 권영민 동아대병원 교수 ‘척추질환’
요통은 한두 번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한 국민병이다. 추간판탈출증이라고 하는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이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허리 통증의 정확한 원인이 확인되는 경우가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과잉진료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척추질환의 치료법과 운동법을 동아대병원 신경외과 권영민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인터뷰는 부산 기장군 철마면의 아홉산숲에서 진행했다. 이곳 대나무숲과 금강송 군락지는 영화 촬영 무대로 종종 등장한다.
환자 80~85% 6~8주 치료 후 호전
대소변 장애·마비 확률은 1% 미만
병변 위치·상태 따라 수술법 선택
디스크 수술 후 10~15% 정도 재발
플랭크·브리지 자세 근육 강화 도움
참을 수 있는 통증 범위 내 운동해야
-평소 운동도 하고, 무리한 노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허리디스크나 협착증이 발생하나.
“척추질환의 원인은 체질적 요소, 유전적 요소가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 외 후천적으로 잘못된 자세, 과도한 운동 등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피부가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허리도 마찬가지다. 허리질환도 후천적으로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관리하면 퇴행성 변화를 잘 예방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없는 경우에도 디스크나 협착증 진단을 내리기도 하던데 왜 그런가.
“디스크나 협착증은 허리보다 다리가 더 많이 아픈 질환이다. 허리 통증 없이 다리 쪽 통증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신경이 압박돼서 다리 쪽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허리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심리적인 요인이나 자궁질환으로도 드물게 요통이 발생하는데, 원인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디스크나 협착증 진단을 받고 허리 시술을 권유받는 경우가 많다.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가 큰데 어떻게 하는 게 좋나.
“허리 시술을 권유받은 분들 중에 꼭 시술할 정도로 질환이 심하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 완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다수이다. 비수술적인 치료는 단순 안정, 물리치료, 약물치료와 신경차단술 같은 주사치료가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부터 시작해서 효과 없을 시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허리 시술은 신경차단술 같은 주사치료보다 효과적일 수는 있으나 비급여 치료 방법으로 비용이 많이 들며 주사치료보다 좀 더 위험할 수 있다.”
-지금 수술 안 하면 대소변 장애나 마비가 생긴다고 하는데 당장 수술받아야 하나.
“실제로 대소변 장애가 오는 경우는 1% 미만이다. 디스크 환자의 약 80~85%는 급성기에 보존적 치료를 하면 6~8주 후에 통증이 호전된다. 협착증은 디스크보다 보존적 치료에 증상이 완화되는 확률은 낮지만 대다수는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다. 보존적 치료를 6~8주 정도 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근력 약화가 발생한 경우와 보존적 치료에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한 통증이 지속되면 조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척추 수술법을 어떻게 결정하나.
“병변의 위치와 심한 정도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진다. 내시경 수술도 양방향(UBE)과 단일통로수술이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2~3개 병원에서 자문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현재 레이저 수술은 하지 않는다.”
-허리 수술을 한 후에 재수술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디스크 수술 후에 10~15% 정도가 재발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아 재수술을 하는 경우는 10% 정도다. 협착증의 경우 신경감압술이나 요추유합술로 수술을 진행한다. 신경감압술로 재수술하는 확률은 정확한 보고가 아직 없다. 요추유합술의 경우는 수술 부위의 퇴행성 변화로 재수술하는 확률이 10년에 25~30% 정도다. 재수술은 보존요법을 시도해 본 후에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허리 수술 후에 주의할 점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수술 부위가 치유될 때까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복압이 올라갈 수 있는 행동은 피한다. 디스크를 제거하면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면서 마모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마모된 디스크 부위가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허리 통증 예방을 위해 허리근육 강화운동이 필수다. 협착증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는 수술 후 안정만 취할 경우 근위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걷는 운동이 중요하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술 후 약 3개월 정도 지나면 하늘을 쳐다보면서 허리를 펴는 신전 운동을 권유한다.”
-허리에 좋은 운동은 뭐가 있나, 해서는 안 되는 운동은.
“가장 안 좋은 자세는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는 것이다. 그 외에 장시간 허리를 굽힌 상태로 작업을 하거나 허리를 굽힌 상태로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은 안 좋다. 허리 통증이 있는 분들은 코어근육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등척성 운동을 추천하는데 플랭크와 브리지 자세가 대표적이다. 허리를 반복적으로 여러 번 움직이기보다는 근육을 한 자세로 오래 유지하는 운동이다. 윗몸 일으키기나 허리를 숙이는 운동은 허리 통증이 있는 분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고령인 분들은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멕켄지 신전운동이 도움이 된다.”
-허리 통증이 있는 경우에 어느 정도의 운동이 적당한가.
“급성 허리 통증은 2주 정도 안정을 취한다. 가벼운 산책 정도만 하고 러닝이나 근육 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협착증 환자는 걷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하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통증을 참으면서 억지로 걷는데 오히려 해가 된다. 협착증 환자는 걷는 운동보다는 등받이가 있는 실내 자전거 타기가 추천된다. 참을 수 있는 통증 범위 내에서의 운동은 괜찮다. 뻐근하고 묵직한 정도의 운동은 해도 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