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과목 듣고, 원하는 주제 탐색하고… 변화 핵심은 ‘자율’
2022 교육과정 개편안
고교학점제, 3년간 총 192학점
수학과 문화 등 융합 과목 신설
타 학교 등과 온오프 수업 가능
자유학기제, 학교 자율성 강화
부산시교육청, 설명회 마련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는 내신’ ‘문이과 구분 없이 수능 공통과목 응시’. 현 중2가 고3이 될 때 바뀌는 2028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이다. 두 제도는 2022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신설된 평가제도다. 대입이 우선시되는 사회 풍토 속에 관심은 평가제도에 쏠리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평가제도 변화를 만든 ‘2022 교육과정 개편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2 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첫 적용된다. 학사 운영의 전반이 교육 과정 개편으로 대변화를 맞이한다. 변화의 핵심은 ‘자율’이다. 중1부터 기존에 운영되던 자유학기제가 강화돼 운영되고 고교에서는 고교학점제로 학교 생활이 바뀐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바뀌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미리 들여다봤다.
■원하는 과목으로 꾸리는 고교학점제
고등학교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변화는 고교학점제다. 교육과정 변화 예고가 통상 5년 먼저 이루어짐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2020년부터 도입 준비기로 지정해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모든 고교에서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시작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책임감 있게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1, 2, 3학년 192학점을 수강한다. 50분 동안 주 1회 기준으로 전체 16주 동안 수업을 하면 1학점을 따는 식이다.
출석만 해도 졸업이 가능했던 고교 생활과 달리 학업성취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만 한다. 수업 횟수 3분의 2 이상을 출석해야 할 뿐 아니라 5단계(A~E) 성취평가에서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학업성취의 40% 이상을 충족해야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미이수’를 가리키는 ‘I’를 받으면, 별도 과제를 수행하거나 보충 과정을 따로 이수하는 등 ‘보충이수’를 통해 다시 학점을 딸 기회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1학년 때까지는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국어 1·2, 공통수학 1·2, 공통영어 1·2, 통합사회 1·2, 통합과학 1·2(이상 8학점), 한국사 1·2(6학점), 과학탐구실험 1·2(2학점) 등 공통과목 48학점을 듣는다. 2학년부터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일반·진로·융합)을 골라 들을 수 있다. 일반선택과목은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등 기존 수능에 출제됐던 과목을 포함해 고교학점제 하에서도 수능 대비는 가능하다.
진로선택과목은 주제 탐구 독서, 문학과 영상, 영미 문학 읽기 등 자신의 희망 진로에 따라 과목을 꾸릴 수 있다. 융합선택과목은 두 과목을 결합한 형태의 과목으로 수학과 문화, 미디어 영어, 여행 지리 같이 기존에는 학사과정에 없던 과목들이 학교별로 대거 신설될 전망이다. 개별 학교에서 학생 희망 과목을 물리적으로 모두 개설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면 다른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이나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 연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학업성취율 40%와 과목 출석률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이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방과 후나 방학 중 보충지도 등을 받게 된다. 보충지도 때 주어진 과제를 해올 경우 별도의 평가 과정 없이 성취도 E를 받고 이수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해오지 않을 경우에는 미이수 처리된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고교학점제와 입시 등을 병행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꼽는다. 일부 대학의 학생부 전형 가이드북 등을 보면 전공에 대한 경험을 확장하고자 했던 노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고교 이수 과목이 전공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할지, 향후 대학 진학 시 선호 계열은 어떻게 될지 등 선택과목 안내서 등을 참고해 고교학점제 3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1부터 관심사 배우는 자유학기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5년 중학교에 입학하는 현 초5 학생들은 중1 교실에서 ‘자유학기제’를 마주한다. 현재도 자유학년제, 자유학기제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바뀐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의 자율성이 대폭 강화된다. 자유학기 동안 오전에는 교과수업이 주로 이루어지며, 오후에는 주로 자유학기 활동이 이뤄진다. 현재 운영 중인 2015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큰 차이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이 편성되는데 중학교 1학년 입학을 하게 되면 주제선택활동, 진로탐색활동 등을 102시간을 수업하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매학기 102시간을 수업한다. 각 지역에 맞게 운영 수칙을 정하고 있는데 부산에서는 1학기 동안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진로탐색활동을 진행한다.
주제선택활동은 학생이 관심 분야에 집중해 특정 이슈를 공부할 수 있다. 드라마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드라마와 사회를 비교하는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에 관심 있는 학생은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진로탐색활동에서는 자신이 꿈꾸는 진로에 맞게 진로 관련 검사를 받거나 현장체험활동, 직업탐방 등을 할 수 있다. 1학년 교과 내신 성적이 고등학교 진학에 반영되지 않기에 평가 부담 없이 활동이 가능한 점은 현재와 그대로 유지된다. 중3에서는 진로연계 교육도 진행된다.
부산시교육청은 2025년부터 바뀌는 교육과정에 대비해 학부모, 학생 대상 설명회를 열고 교원 연수 등도 진행하고 있다. 고교학점의 경우 부산시교육청 고교학점제 메타캠퍼스에 접속하면 미리 고교학점제를 온라인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이전에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 자유학기제 구상 등을 미리 해 보는 것도 바뀐 교육과정에서 중1, 고1의 학교 생활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