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안 보이는 ‘보수 텃밭’… 여야 내부 공천 경쟁 ‘후끈’[PK 총선 일타강의]
[PK 총선 일타강의] 23. ‘시계 제로’ 부산 금정
일방 우세 점치기 힘든 혼전 예상
여 현역 백종헌 지역 조직 다져
김종천·김현성 지지세 확장 나서
정승윤 등 ‘전략 공천’ 가능성도
민주 김경지·박인영 2파전 치열
“표로 정부 심판 분위기 강해져”
부산 금정 선거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득표율(60.7%)이 부산 16개 구·군 중 세 번째로 높았을 정도로 보수세가 강하다.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금정에서 약 14%포인트(P) 차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여당 내부 경쟁은 당정 지지율 답보 등으로 혼전 양상으로 분류되고, 도전에 나서는 야당 내부 경쟁도 타지역에 비해 치열하다. 쉽사리 한 쪽의 우세를 점치기 힘든 지역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정구 현역 의원은 초선의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 의원은 그간 중앙 정치권보다는 지역 활동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역 조직에 공을 들여온 점이 그의 강점이지만, 역으로 중앙 무대에서 희미한 존재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의정 활동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그의 공천 장벽으로 거론된다. 3년째 매달려 온 그의 대표 공약이자 지역 숙원인 ‘침례병원 공공화’는 결실을 맺지 못해 지역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당내 총선 경쟁자들도 점차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여당에선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지역에서 음악회와 봉사를 이어가며 ‘금샘미래포럼’을 중심으로 지역 정책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번복’을 겪으며 백 의원 측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 총선 때 부산 남을에 도전했던 김현성 변호사도 모교인 내성고가 있는 금정으로 방향을 틀고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총선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남을 당협위원장을 지냈으나 이언주 전 의원의 투입으로 공천 경쟁에서 밀려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전략 공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야당에 한 번도 뺏긴 적 없는 보수 텃밭이라는 점에서 좀 더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 다소 흔들리는 지역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특혜 채용’ 논란 등을 파헤치면서 현 정부에서 중요도가 높아진 국민권익위원회의 정승윤 부위원장 등 여권 주요 인사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타 지역을 포함해 금정구 총선 자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박 전 의장은 초·중·고·대학까지 금정구에서 나온 금정구 토박이이면서 3선 구의원에 시의원까지 지낸 인물이다. 최연소 시의원에 최연소 부산시의회 의장 이력을 자랑하며 십수 년간 닦은 지역 내 인지도가 최대 무기다.
박 전 의장과 공천 경쟁을 벌일 인물로는 민주당 김경지 금정 지역위원장이 꼽힌다. 그 역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패스한 이력을 갖췄지만 지난 총선 당시 당 공천을 받았다가 선거에 임박해 김 위원장과 당의 정무적 판단으로 후보에서 사퇴했고 지난해 7월 지역위원장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 간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상된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부산·울산·경남(PK) 야당 분위기가 고무되면서 금정 역시 “이전과는 지역 기류가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가 민주당 쪽에서 나온다. 박 전 의장은 “내년 총선은 ‘정치 환불 운동’과 같다”며 “지역민들이 정부·여당에 불만을 쏟고 있다. 표로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여론도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여당에서는 “야당의 바람일 뿐, 금정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일축한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금정 지역 여야 모두 ‘절대 강자’라고 평가할 만한 인물이 없는 상황은 이전과 다른 조건”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