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핼러윈은 알고만 넘어가요”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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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년 여파 등 감안
어린이집·유치원 별도 행사 생략
“질서 있게 축제 즐기는 법 교육을”

사진은 지난해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로 일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핼러윈 퍼레이드 페스티벌’에서 부산외국인학교, 지역 예술단체 참가자 등이 참여한 오프닝 퍼레이드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지난해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해변로 일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핼러윈 퍼레이드 페스티벌’에서 부산외국인학교, 지역 예술단체 참가자 등이 참여한 오프닝 퍼레이드 모습. 부산일보DB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연례행사로 여겨지던 핼러윈을 이번만큼은 기념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축소하는 모습이다. 요란한 행사를 열기엔 참사 여파가 가시지 않았고, 필수로 챙겨야 하는 기념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각에서는 핼러윈 자체에 대한 찬반을 넘어 축제를 질서정연하게 즐기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30일 부산 수영구 A어린이집은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올해 핼러윈 관련 활동은 대폭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끌벅적한 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간단한 쿠키를 만드는 활동을 통해 핼러윈이라는 날에 대해 인지만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각자 집에서 다양한 의상을 입거나 분장을 해오고, 어린이집 내부에는 여러가지 장식을 달아 꾸미기도 했다. 그러나 핼러윈 참사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요란하게 기념하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다는 게 어린이집의 설명이다.

A어린이집 관계자는 “핼러윈 쿠키 모양틀을 이용한 간단히 쿠키 만들기 정도의 활동만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며 “10월 초부터 미리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을 공지했고, 학부모들도 모두 알겠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강서구 B유치원은 개원 후부터 아예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행사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B유치원 관계자는 “원래 우리 유치원에서는 핼러윈을 챙기지 않았다”며 “올해도 지난해 참사와 관계없이 핼러윈 행사를 계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유명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10월 말이 다가오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핼러윈 행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아이에게 핼러윈 의상을 입혀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이런 행동이 일명 ‘무개념’ 학부모로 보이는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거나, 핼러윈 행사를 진행하는 어린이집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핼러윈 당일에는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일각에서는 핼러윈 행사에 대한 찬반에 앞서서, 질서 있게 행사를 즐기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맘카페 댓글을 통해 “아파트 단지에서 할로윈 행사를 열어 아이와 함께 참여하게 됐다”며 “축제를 함께 즐기는 것은 좋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니 조심하고 질서 있게 규칙을 지키면 더 좋은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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