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묵은 ‘짐’ 치우니 마음의 ‘짐’ 덜었어요”
사하구청 정리수납서비스
취약계층 대상 ‘호응’ 얻어
지역사회서비스도 관심 ↑
부산 사하구에 홀로 거주하는 70대 최명선 씨는 3년 여 전 거주지에서 30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한 뒤 업소용 냉장고로 골치를 겪었다. 집 안 곳곳에 있던 대형 냉장고 3대 안에는 정체 모를 음식물로 가득 차있었지만, 몸이 쇠약해진 최 씨는 홀로 냉장고를 치울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최근 〈부산일보〉 취재진과 거주지에서 만난 최 씨는 치우지 못해 골치를 썩히던 냉장고 크기를 팔로 묘사하며 “정말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통장 추천으로 최 씨는 취약계층 대상 정리수납지원서비스를 소개받았다. 그는 일부 금액을 부담한 뒤 자활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냉장고를 정리할 수 있었다. 서비스를 통해 냉장고 안에 가득했던 음식물이 비로소 정리됐다. 수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칸마다 라벨도 붙였다. 최 씨는 집이 깨끗해진 것은 물론이고, 더러워진 벽에 도배를 다시 하거나 옷차림을 단정하게 다듬는 등 일상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서비스를 받고 나니 묵은 체중이 싹 내려간 기분이고, 더 재미있게 살아 볼 용기와 힘이 난다”고 웃음지었다.
부산 사하구청은 지난 5월부터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리수납지원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은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발굴하고, 국가가 서비스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용자는 이용료의 일부를 부담해 이용하는 서비스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리수납지원서비스뿐만 아니라 만 3~7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동화 스토리텔링,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심리치유 서비스, 치매위험군 대상 두뇌활성화 교육, 시각장애인 안마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을 이용한 이들은 총 1610명이다.
최 씨가 이용한 정리수납지원서비스는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이면서 17평 미만 거주지에 살고 있는 통합사례관리 대상 1인 가구, 공공전달체계 추천자, 민간전달체계 추천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선정된 이용자는 소득기준 등급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최소 2만 5000~10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 구청 관계자는 “매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지역사회서비스 바우처를 신청 받는다”며 “서비스 등급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고, 서비스별 소득·연령·가구 특성을 모두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