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34 월드컵 유치… 부산엑스포로 기우나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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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 호주 등 포기로 조기 확정
초대형 행사 독식 견제론 급부상
사우디 현지에선 월드컵 더 관심
엑스포 부산 유치 후속 논의 솔솔
부산상의, 복합리조트 추진 박차

파이샬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외교장관이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샬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외교장관이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실상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부산이 오는 28일 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에서 승기를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1일 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차기 월드컵 대회의 개최국과 개최 방식을 설명하면서 “아시아(사우디)에서 2034년에 월드컵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2034 월드컵 유치전에는 사우디와 공동 개최 의사를 밝힌 호주·인도네시아의 2파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18일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고, 호주 역시 지난달 31일 월드컵 유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우디가 유일한 유치 의향국으로 남았다. 이에 따라 월드컵 개최 의향서 제출 마감 시한인 이달 30일 이후 FIFA는 사우디를 2034 월드컵 개최국으로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사우디의 2034 월드컵 유치가 부산의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희망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제 여론은 사우디가 2030년대 국제행사를 독식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우리가 이런 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사우디를 깎아내릴 수는 없지만 다른 회원국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할 때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할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상의는 이달 말 개최지 확정 이후 이어갈 유치 효과 극대화 방안을 앞당겼다.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가 예정보다 빨리 확정됨에 따라 2030부산월드엑스포 이후 복합리조트 건설과 같은 후속 정책사업 발굴의 속도를 한 단계 올린 것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에 이어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부산이 한층 유리한 국면을 갖게 됐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부산 상공계도 유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엑스포 유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현지 언론도 월드엑스포 유치 대신 월드컵에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상당수 사우디 언론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사우디의 스포츠 부문 리더십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랍 매체 알 자지라는 이번 월드컵 유치 확정이 “사우디 왕국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의지와 열의 덕분”이라고 추어올린 뒤 월드컵 개최 이점들을 나열했다. 경제, 인프라, 투자,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 정신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알 샤크 알 오사트와 알 리야드 등 다른 언론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높아진 위상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월드컵 개최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사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 언론들은 최근 몇 달 새 월드컵 관련 기사는 빈번히 쏟아낸 반면, 2030엑스포 유치 관련 보도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줄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보다 보수적으로 막판 교섭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우디의 월드컵 유치가 우리에게 악재는 아니지만, 호재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글로벌 대형 이벤트 2개를 사우디가 가져갈 수는 없다는 분위기 속에 선진국들의 안배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우디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 볼 수도 있어 부산은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는 자세로 유치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민간위원회(민간위) 임충현 유치총괄팀장 역시 “사우디의 2034 월드컵 유치가 확실하더라도 그보다 4년 앞서 열리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별개여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우디의 월드컵 유치와 상관 없이 우리는 끝까지 교섭활동에 매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엑스포특별취재팀 miso@busan.com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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