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치닫는 울산대병원 노사갈등… 파업·단식농성 첩첩산중
노조, 6년 만에 파업 돌입…조합원 500여명 동참
임금 인상·인력 충원 핵심 쟁점 입장차 못 좁혀
병원측 “단계적 진료 축소”…파업사태 해결 난망
울산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이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놓고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조는 파업에 더해 단식 투쟁으로 전선을 확대한 반면, 사측도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진료 차질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도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7일 울산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학교병원분회는 기본급 11.4% 인상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이후 6년 만의 파업인데, 이날로 14일째 일손을 놓은 것이다. 전체 조합원 1700여 명 중 간호사, 간호조무사, 보조원 등 간호인력을 중심으로 500여 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올해 울산대병원분회가 조합원 16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몸이 아파도 눈치 보이고 미안해서 쉴 수 없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조합원이 44.5%,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을 한다’에 ‘그렇다’고 답한 조합원은 34.8%로 나타났다. 노조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0명 이상을 담당하고, 보조인력 1명이 45명의 환자를 돌보는 실정”이라며 “화장실도 제때 못 가고 식사도 거르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어떻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노사는 지난 8월 17일 상견례 이후 6일까지 33차례 교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애초 기본급 ‘11.4% 인상’을 요구했으나 최근 교섭에서 ‘4.4% 인상’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격려금 150만 원 지급, 병동 간호사 25명 충원, 환자 이송팀 별도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병원 측은 기본급 3% 인상, 격려금 일부 인상 등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인 인력 충원 문제도 이렇다 할 절충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울산대병원이 5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고작 기본급 3% 인상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병원 측은 “기본급 3%는 국립대병원의 올해 인건비 인상률 1.7%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강경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박창원 분회장은 지난 6일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 “파업 사태 해결 없이는 결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노사 간 대화 창구는 열려 있으나 입장차가 워낙 커 파업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측은 파업이 장기화하자 지난 1일부터 입원환자 진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현재 전체 980병상 중 절반 규모만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응급환자와 중증 환자, 암 환자 진료는 축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 환자까지 다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외래진료는 그대로 하되 입원이 필요한 경우 중증이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나 주민들은 불안해한다. 울산대병원 내원환자인 40대 이 모 씨는 “(노사 갈등이 심해져)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며 “아무쪼록 (노사가) 서로 양보해서 파업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