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프리카 국가에 ‘퍼주기’ 전략…대규모 차관 제공 협약 맺어
사우디개발기금, 아프리카 12개국에 5억 달러 넘는 차관 제공 협약
2030엑스포 유치 경쟁 막바지에 ‘자금력’ 앞세운 사우디 막판 공세
사우디가 르완다 등 12개 아프리카 국가들에 5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자금 지원 계약을 맺었다. 2030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막판 ‘물량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 당시 사우디 측 모습. BIE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사우디가 르완다 등 12개 아프리카 국가에 5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 아프리카 국가는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투표권을 보유한 국가다. 사우디가 2030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막판 ‘물량공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언론인 SPA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개발 기금(SFD, Saudi Fund for Development) CEO인 술탄 알 마샤드는 지난 9일 12개 아프리카 국가와 14개 개발 차관 제공 합의에 서명했다. SPA는 차관 규모가 총 5억 8000만 달러(한화 약 76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1975년 설립된 SFD는 100개국 이상에서 800개 이상의 개발 프로그램에 2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SFD는 특히 그동안 아프리카에 제공한 자금이 46개국 4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107억 달러라고 설명했다.
SFD가 이번에 아프리카 국가에 자금을 제공하는 개발사업 분야는 보건, 교육, 교통, 수도 등이다. 사우디의 이번 협약에는 앙골라, 브루키나파소, 베닌, 부룬디, 카보베르데, 기니, 말라위, 모자비크, 니제르, 르완다, 시에라리온, 탄자니아가 참여했다.
이번에 체결된 차관 제공 사업 14개에는 기니의 아동위탁병원 건설(7500만 달러), 시에라리온의 ‘리야드위탁병원’ 지원(5000만 달러), 니제르의 여학생 기숙학교 지원(2800만 달러), 베닌의 과학 고등교육 지원(4000만 달러), 브루키나파소의 지역병원 지원(170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SFD CEO는 이날 차관 제공 협약과 함께 아프리카 금융공사(AFC, African Finance Corporation)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번 MOU는 아프리카 전역의 산업, 인프라 사업에 대해 SFD와 AFC가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AFC는 아프리카 연합 산하의 인프라 확충 및 투자 등을 주요 목적으로 2007년도 설립된 국제개발은행이다. AFC에는 아프리카 소재 21개 국가 및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자문과 투자 등 금융 지원 역할을 한다.
로이터 통신도 사우디 개발 기금이 지난 9일 아프리카 국가들과 20억 리얄(5억 3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모하메드 알 자단 사우디 재무장관이 지난 9일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아랍-아프리카 경제 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이처럼 아프리카 국가에 대규모 자금 제공 약속을 한 데 대해선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한 ‘물량공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자금 제공 협약을 한 국가들은 2030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부동표’로 분류돼 한국도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아프리카에 장기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우디와 같은 현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가 ‘전략 국가’에 대해 현금지원 약속을 계속할 경우 2030엑스포 유치와 관련 ‘불공정 경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