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 편하게 신겠다” ‘맞춤 영웅 신발’ 받은 참전용사 편지 ‘뭉클’
영국군 해병대 출신 고든 페인 옹
제작사 선형상사에 감사 편지 보내
백호정 대표 “닳으면 재제작” 답신
“보내준 신발은 슬리퍼처럼 가볍고 꼭 맞아 편안합니다. 마지막 남은 생애 편하게 신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70주년 정전 행사에서 본 한국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기적적인 회복을 보고 숨이 멎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영국군 참전용사 고든 페인(92) 옹은 최근 부산 맞춤형 신발 제작 전문기업 선형상사 백호정 대표에게 이 같은 편지를 보냈다. 페인 옹은 지난 7월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국가보훈부 주최 유엔 참전용사 감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그는 영국군 해병대 특공대 41사단 소속으로 1950년 9월 한국 땅을 밟았다. 북한 해안에서 벌어진 기습 공격에 참여하는 등 공을 세웠다.
당시 국가보훈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영웅의 신발’을 만들기로 했다. 부산에서 ‘도레미’라는 브랜드로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는 선형상사가 제작을 맡았고, 참전용사에게 헌정했다.
선형상사 백 대표는 페인 옹을 비롯해 60여 명 참전용사의 발을 3D 스캐너로 실측하고 맞춤형 신발을 만들었다. 그는 “편지를 받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받는 순간 뭉클했다”면서 “한국의 변화에 기쁘고 감사한다는 문구가 특히 마음을 흔들었다”고 설명했다.
페인 옹은 편지에서 “정전 70주년 기념으로 한국을 찾았던 1주일을 잊을 수 없고 개인적으로 큰 의미로 다가왔다”며 “매 순간 한국 사람들의 감사와 존경,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썼다.
백 대표는 이 편지를 받고 페인 옹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는 “연세가 많지만 더 오래 살라는 의미로 신발이 닳으면 새 맞춤형 신발을 보내겠다고 했다”며 “참전용사 덕분에 한국이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된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사를 계속 표하고 싶다”고 썼다고 설명했다.
선형상사는 지난 11일 부산에서 열린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앞두고도 6·25 전쟁 참전용사의 발 실측을 했다. 턴 투워드 부산은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유엔군 전몰용사를 기리기 위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다. 선형상사는 지난번 행사에서 실측하지 못한 유엔 참전용사와 함께 생존해 있는 한국인 참전용사의 발을 실측했다.
백 대표는 “신발을 받고 기뻐하는 참전용사의 모습을 보면 내가 더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