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득권 내려놓지 않고 여당 혁신위 성공 바라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거취 요구, 열흘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국민 호응 바란다면 최소 성의 보여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꺼내든 영남·지도부 의원에 대한 거취 요구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장면.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꺼내든 영남·지도부 의원에 대한 거취 요구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 장면.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꺼내든 영남·지도부 의원에 대한 거취 요구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벌써 열흘 전에 이 방안을 내놨는데도 아무런 호응이 없자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위 조기 해산설’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 위원장이 14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 차원”이라며 일단 선을 긋긴 했지만, 혁신위의 제안을 귓등으로 흘리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혁신위를 발족시킨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작 자신들을 향해 칼끝이 들어오자 몸을 사리며 모르는 체하는 모양새다.

혁신위의 거취 요구에 가장 눈길이 쏠리고 있는 김기현 대표는 지금까지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취지엔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면서 확답을 미룬다. 대표가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사이, 다른 중진은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행사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혁신위와 여당 지도부가 이처럼 계속 엇박자를 내면서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과연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지난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처럼 외부인에 의한 정당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여당의 몫이다.

혁신위의 존재감이 훼손당한 인 위원장도 군색한 처지에 몰린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여론을 등에 업고 공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인 위원장이 14일 “(중진들에게) 시간을 좀 주면 움직일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라고 말한 것도 은근히 압박 수위를 높인 표현이다. 인 위원장의 기대대로 여당 지도부가 정말로 움직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치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시각으로 보면 지금과 같은 여당의 태도는 실망만 줄 뿐이다. 당을 혁신하라며 전권을 준 혁신위를 무시하는 모양새도 그렇고, 기득권은 전혀 내려놓지 않으려는 불통의 모습은 여당의 혁신이 결국 말뿐임을 보여 주는 것과 같다.

여당은 혁신위의 속도전에 내부 불만이 있겠으나, 혁신 자체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당 스스로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린 해법이 혁신이고, 여론도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상황이다. 핵심은 내부의 기득권 내려놓기다. 험지 출마든, 불출마든 간에 내년 총선을 위한다면 최소한 국민이 수긍할 만한 내용을 선보여야 한다. 무릇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지 않는 혁신은 무슨 구실을 대더라도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혁신위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 제안까지 무시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이번 혁신위의 성패가 우리 정치권의 개혁까지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은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