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뻥튀기 증시 데뷔’, 거래소 칼 빼들었다
한국거래소,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풋백옵션, 보호예수기간 연장 등 검토
파두 매출 뻥튀기 의혹 금감원 조사, 소송
내년 1월초부터 의견 수렴 뒤 시행
지난 8월 반도체 기업 파두가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데뷔한 뒤 실적이 급감해 ‘뻥튀기 IPO’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IPO 공모 주관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기업 심사 과정에서 전문평가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jpg" alt="부산 남구 한국거래소 부산본사. 부산일보DB" />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 부산본사. 부산일보DB지난 8월 반도체 기업 파두가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데뷔한 뒤 실적이 급감해 ‘뻥튀기 IPO’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IPO 공모 주관 증권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기업 심사 과정에서 전문평가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19일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시행을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했다. 거래소는 먼저 기술특례상장 주관사(증권사)의 책임성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상장을 주선한 기업이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조기 부실이 드러나면 해당 주관사가 추후 다른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상장 주관사가 주가가 공모가 9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식을 되사는 것) 조건을 붙이기로 했다. 또한 의무인수주식 보호예수기간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일종의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지난 2005년 도입됐다.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면 전문 기관의 기술 평가를 받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술특례상장 악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담겼다. 상장 전 실적 부풀리기를 막아 영업실적 관련한 주요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금융감독원은 기술특례상장 추진 기업의 공모가 산정 근거 등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서식을 정비한 바 있다.
거래소의 이같은 제도 개선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겸비한 중소 기업에 특례 상장 문호는 열어주되, 비우수 업체는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에서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심사 과정에서 기술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평가기관을 늘리는 한편 기술평가시 기술성과 시장성의 배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시장성의 기준은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벤처금융으로부터 최근 5년 간 100억원 이상을 투자유치한 경우 등을 의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업 파두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지만, 상장 당시 ‘올해 매출 1200억원’을 자신했던 회사가 최근 6개월(4~9월)간 4억원도 안 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주가는 공모가 대비 40%가량 급락했다. 금융감독원도 상장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두에 투자한 주주들은 집단 소송도 준비중이다.
기술특례기업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10곳(스팩합병 제외) 중 8곳이 올해 누적 매출이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8년 상장한 철도·환경 사업 기업 유네코는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설에 오르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감사의견 거절로 올해 1월 상장 폐지됐다. 경영진이 악재 공시 전 주식을 매도한 혐의 등으로 거래 정지됐던 신라젠도 기술특 상장 기업이다.
한국거래소는 개정안 발표와 함께 “우수 기술 기업에 대한 발굴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 기능은 강화해 투자자들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개선사항에 대한 시장 참여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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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