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농촌…‘도농상생’ 패러다임 바뀌어야”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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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농협 송영조 조합장 인터뷰
2002년 첫 취임 후 6선 조합장
도농 상생 평가 5년 연속 최우수
“‘국민의 농협’ 위해 변화 모색해야”

금정농협 송영조 조합장.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제공 금정농협 송영조 조합장.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제공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정말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도농상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농협 운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올해로 6선 조합장에 오른 금정농협 송영조 조합장은 농협의 변화를 강조했다. 송 조합장은 2002년에 금정농협 조합장으로 처음 취임한 이래 올해로 21년째 조합장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금정농협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송 조합장은 농가의 어려움을 특히나 뼈아프게 생각한다. 특히 금정구의 경우 도시농협이지만, 타 지역에 비해 농업 종사율도 높은 편이다. 송 조합장 역시 현재까지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이다. 그는 2018년 부산의 첫 천혜향 농장을 열고,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송 조합장은 도시농협으로서 농촌을 도울 수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도시농협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정농협은 전국의 산지농협 40여 곳과 자매결연을 맺고 생산 농업인의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도시지역 농협의 가장 큰 역할인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2004년부터 산지 농협의 건고추를 팔아주고 있으며, 올해까지 약 540t(약 130억 원 상당)의 건고추를 도시 지역민에게 공급했다. 또 경남 남거창농협과 경북 북영덕농협 등에서 생산한 쌀, 예천·진양농협 등에서 생산한 잡곡 등도 판매해 도시농협의 정신을 실현해 왔다.


송 조합장은 2018년 부산 최초로 천혜향 농장을 열고 지금까지 농장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제공 송 조합장은 2018년 부산 최초로 천혜향 농장을 열고 지금까지 농장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제공

금정농협은 또 산지 농업인을 직접적으로 돕기 위해 2019년부터는 산지 농업인에게 비료를 지원하고 있다. 금정농협은 5년간 135개 산지 농협에 18만 포(약 15억 원 상당)의 비료를 지원했다. 이밖에도 전국 산지농협에 도농상생협력자금을 지원하는 등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금정농협의 도농상생 노력은 성과로도 인정받았다. 2018년 ‘도시형농협 역할지수평가’에서 5년 연속 전국 최우수를 달성했다. 이는 도농간의 균형발전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농협에 주어지는 상이다. 송 조합장은 “나 역시도 농사를 짓고 있고, 도농복합조합으로 농촌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작한 일”이라면서 “도시농협은 농촌에 비해서는 이익이 나니까, 농촌농협을 위한 각종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조합장은 금정농협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산지 농협을 도아왔지만,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 조합장은 “실제 농사를 짓는 전업농은 70만 명도 채 안되고 그 숫자는 급속히 줄고 있다. 농촌에 사람이 없고, 농업 또한 더이상 돈 되는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혁신을 단행하고, 도농상생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협의 사례를 농협에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얼마 전 지역 수협과 수협은행이 복합 점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농협도 이를 도입해 농촌농협이 도시에 점포를 열어 신용사업을 하고 지역 특산물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조합장은 농협이 한발 더 나아가, 농민만의 농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농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조합장은 “지금처럼 농민만 조합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도 조합원이 되도록 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함께 아우르는 ‘생산 소비 혼합형 협동조합’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급속히 줄고 있는 조합원 소멸에도 대처할 수있고 농촌 조합은 생산, 도시 조합은 소비라는 역할 구도도 명확해지고 도농상생의 기틀도 함께 마련될 것”이라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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