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주목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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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문화도시센터, 11월 한 달간 7회 진행
탈시설·자립 장애인과 예술가 1 대 1 매칭
예술로 고립감 치유·이웃 연결 효과 기대감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정우용(오른쪽 휠체어에 앉은 이) 씨 호스트의 '사람 풍경' 행사 중 한국춤꾼 엄효빈(왼쪽 서 있는 이) 공연 장면.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정우용(오른쪽 휠체어에 앉은 이) 씨 호스트의 '사람 풍경' 행사 중 한국춤꾼 엄효빈(왼쪽 서 있는 이) 공연 장면.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예술이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 특히 거동이나 일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탈시설 자립 생활 장애인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립될 위기가 높다고 한다. 실제 일반인 걸음으로 5분이면 닿을 거리의 집 앞 카페를 이용하는 데도 장애인은 장애인콜택시 ‘두리발’을 불러서 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왕복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영도문화도시센터(센터장 고윤정)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사업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지난 7월 영도구장애인복지관과 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협력해 탈시설과 자립을 선언한 장애인 7명을 선정했고, 8월부터 약 두 달간은 가정방문을 통해 7명의 장애인 각자가 가진 서사와 라이프 스타일을 확인했다. 이런 다음 장애인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가장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과 모일 수 있도록 공연을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16명의 예술인이 참여했다. 고 센터장도 강조하지만, “문화예술은 낙인 효과가 적고 이웃을 연결하는 힘이 크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기회였다.

지난 17일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의 주인공 정우용 씨가 참석자가 손 글씨로 쓴 응원 메시지를 귀에 걸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지난 17일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의 주인공 정우용 씨가 참석자가 손 글씨로 쓴 응원 메시지를 귀에 걸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 이날 청학다방에선 ‘똑똑똑 예술배달’ 네 번째 순서로 ‘사람 풍경’이 진행됐다. 뇌병변 와상 장애인 정우용(46) 씨가 이날의 호스트였고, 파티는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주관했다. 초대장엔 “영도에서 행복하고 안전한 자립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의 자립을 축하하기 위해 장애인·비장애인 상관없이 지인과 인근 주민 등 3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사회자 겸 총괄 기획을 맡은 우정아 한국장애인 복합문화센터 센터장은 “똑똑똑~ 예술 배달 왔습니다~”라는 말로 행사 시작을 알렸다. 우 기획자는 우용 씨가 좋아한다고 밝힌 빨간색 머플러와 바지, 귀걸이를 착용했다. 초청 손님에게도 빨간색 액세서리가 하나씩 제공됐다. 다 우용 씨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준비한 작은 이벤트였다.

우용 씨는 지난 2020년 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자립했지만, 지역 주민과는 소통이 많지 않았다. 그는 사전 인터뷰에서 춤, 특히 걸그룹 춤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그에 따라 한국 춤꾼 엄효빈이 매칭됐다.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중 한국 춤꾼 엄효빈 씨가 이날의 호스트 정우용 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춤을 추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중 한국 춤꾼 엄효빈 씨가 이날의 호스트 정우용 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춤을 추고 있다. 김은영 기자

엄효빈 춤꾼은 이날 파티에서 아이유 노래 ‘정거장’을 기반으로 25분 안팎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엄효빈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벽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벽으로 나눠진 안방과 건넌방을 오가는 춤사위를 선보였다”면서 “그 벽은 우용 씨에겐 장애의 벽이거나 주민 사이에서 느끼는 벽일 수 있겠지만, 제가 손을 내밀었을 때 잡아주고, 눈을 맞춰서 서로가 반갑고 따뜻한 마음이 든 것처럼 우용 씨도 이런 연결된 마음으로 춤추듯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자립 파티에 처음 참석한 지역 주민 윤진향 씨는 “같은 동네에 산다고 하지만 우용 씨를 처음 만났다. 춤 공연을 보면서 가슴이 찌릿찌릿했고, 무엇보다 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장소를 제공한 송희련 청학다방 대표도 “이런 자리를 통해서 서로가 ‘연결된다’는 걸 확인한 게 뜻깊었고 소통의 기회가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중 이날의 호스트 정우용 씨가 춤꾼 엄효빈 씨와 손을 맞잡은 채 활짝 웃고 있다. 김은영 기자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중 이날의 호스트 정우용 씨가 춤꾼 엄효빈 씨와 손을 맞잡은 채 활짝 웃고 있다. 김은영 기자

우정아 기획자도 “이게 바로 연결인 것 같아요. 오늘 우리는 여러 가지를 연결했어요. 여기 계시는 사람들 간의 연결, 작가와 당사자 우용 씨의 연결, 그리고 이 지역과의 연결….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봐주세요. 우리 다 같이 하이 파이브 한번 해 볼까요?” 순간 우용 씨 표정을 봤다. 엄효빈 춤꾼과 손바닥을 마주치면서 활짝 웃었던 것처럼 또다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 가슴에도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정우용 씨 호스트의 '사람 풍경' 행사 장면.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정우용 씨 호스트의 '사람 풍경' 행사 장면.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마지막 순서엔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용 씨를 생각하며 손 글씨로 쓴 응원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누군가는 익살맞게 귀걸이를 만들어서 귀에 걸어 주었다. 그 모습에 우용 씨는 빵 터졌다. 그리고 청학다방 앞마당으로 나가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흩어졌다. 1시간 남짓의 파티였는데, 우용 씨는 흔감한 표정이 역력했고, 엄효빈 춤꾼은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다른 참석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 센터장은 “기존 정신보건·복지 기관과 적극 협력해 고립감이 높은 주민을 발굴해 예술 치유를 돕고 위로하고 환대하는 지역문화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지난 17일 오후 영도 청학다방에서 열린 자립 장애인 축하 파티 ‘똑똑똑 예술배달’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한편 ‘똑똑똑 예술배달’은 지난 2일 ‘빈효준의 좋은 날’(호스트 빈효준, 참여 예술가 아이씨밴드)을 시작으로, 11일 ‘쉘 위 댄스?!’(서상훈, 궁다빈 댄스), 15일 ‘내가 제일 잘 나가’(김상희, THE행복오케스트라·김경화 설치미술가), 17일 ‘사람 풍경’, 22일 ‘캔버스 밖 세상으로 나온 그림 에세이’(김두재, 문지영 미술), 24일 ‘좋은 사람 김철균’(김철균, 이태흠 성악·오채영 피아노), 27일 ‘축복의 선율로 이어진 아름다운 연결’(서민희, 주민애 첼로·오경희 피아노)까지 총 7회의 공연을 이어간다. 장애인의 자립을 응원하는 영도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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