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반지역아동센터 유현빈 씨 "센터 아동들에게 컴퓨터 활용법 가르치며 보람 느껴요"
사회복무요원이지만 선생님 역할도
일주일 3번 초등학생 컴퓨터 수업
디지털 소외 문제 해결 앞장서고파
“길을 가다가도 메모를 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재반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유현빈(22) 씨는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 준비로 한창인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유 씨는 지난 4월부터 초등학생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행정업무 등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면 되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지만 그는 일주일에 3번, 초등학교 4~5학년 학생 6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유 씨는 인터넷 강의 수강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던 태블릿PC를 이용한 컴퓨터 교육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태블릿PC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 시청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씨는 먼저 센터 아동들에게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게임 ‘로블록스(ROBLOX)’의 맵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이에 흥미를 보였고 유 씨가 직접 맵을 제작해 볼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와주자 금세 적응했다. 유 씨는 “학생 한 명이 눈을 반짝거리더니 20분 만에 조작법을 완전히 익혔고 곧 그럴싸한 맵을 만들어 냈다. 나중에 그 학생이 말하길 맵을 꼭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꿈을 이루게 됐다고 했다”면서 “이런 모습을 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수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더니 원장 선생님이 흔쾌히 승낙하셨다”고 말했다.
유 씨는 태블릿PC를 활용한 기초 코딩교육뿐만 아니라 그림판, 워드, 엑셀 등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업을 선보였다. 워드를 활용해 릴레이 소설 쓰기 수업을 진행하거나 엑셀로 빙고 게임을 하는 등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5분간 말하기 수업을 하는 등 수업 분야도 다양했다. 유 씨의 수업이 인기를 끌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유 씨는 “컴퓨터를 활용해 뉴스를 직접 만들어 본다든지 트럼프 카드를 써서 암산 대결을 벌인다든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더 자신감을 얻는 느낌이었고 전자기기와 친숙해지면서 학교에서 따로 컴퓨터 수업을 받는 학생도 생겨나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그들이 가진 장점을 이끌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발자, 인공지능 연구자 등 IT업계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유 씨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소외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한 친구가 코딩에 재능이 있다면 한 친구는 사회 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 다른 친구는 기본 도형만으로 로봇을 만드는 등 창작에 뛰어났다. 이렇게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때 뿌듯했다”며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디지털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 개발자가 된다면 어르신, 소외계층이 디지털 기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