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지 않고도 도심 서비스 누리는 도시를 상상하라”…‘15분 도시’ 개념 제안한 프랑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 조언
탈 집중화와 접근성 원칙으로
지방정부 장기 변화 전략 짜야
“15분 도시는 우리가 가진 도시 조건 하에서 어떻게 하면 이동 시간을 줄이고 지역 서비스는 확대하는 ‘탈 집중화’된 생활을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입니다. 지역성이 살아있는 부산도 도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어떻게 시내 여러 지역으로 연결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지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을 제안한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최근 〈부산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부산의 15분 도시 조성 사업에 대해 격려와 조언을 보냈다.
그는 현재 프랑스 파리 제1대학 팡테옹-소르본의 부교수이자 파리시 도시정책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책 〈도시에 살 권리〉에서 제시한 15분 이내에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기본적인 서비스에 접근 가능한 15분 도시 개념은 현재 파리 시장 안 이달고가 정책화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모레노 교수는 “삶과 일터가 가깝게 연결돼 있고, 멀리 가지 않고도 간단히 쇼핑을 하고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며, 교육과 문화, 레저 활동이 근거리 내에서 가능한 도시”라고 개념을 요약하며 “사람들은 이런 도시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공공장소를 걷고, 수변공간과 가까워지며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경험하게 된다. 자동차 대신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 우선순위가 되고, 밀집도가 낮아서 공유 전기차 같은 수요형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이 가능한 도시를 상상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고 밝혔다.
더불어 ‘탈 집중화’가 15분 도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지방정부는 ‘근접성’을 기반으로 중장기적 변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공공시설이 도시 내 어떤 지역에서도 접근 가능하게 하려면 도시 정책이 근접성을 중심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면서 “내가 사는 생활권 내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와 공공시설 확대를 지역 주민들이 주도한다면,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공동체가 함께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파리의 경우, 이달고 시장이 각 지역자치장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지역 차원의 도시 서비스, 주민 참여 예산, 경제활동 지원 등 생활권 내 거버넌스를 변화시키자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 ‘15분 도시’ 정착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1년 12월 1일 파리 시내 각 생활권의 핵심 시설이 되는 학교와 ‘근접성을 위한 협약’을 맺은 것이 주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학교 운동장의 주말 개방, 지역 중심의 문화활동, 상권 지원, 공공주택 개발, 학교 주변 거리 통제를 통한 보행자 전용 구역 확대, 자전거·녹지공간 공급 등이 학교와 함께 일군 성과들이다.
더불어 그는 방법적으로 투자는 우선사항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건물을 찾아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대규모 투자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충분히 탐색해 활용하는 방안, 기존 자원을 연결하고 융합해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새로운 투자가 아니라, 보다 균형 잡힌 지역의 중심지들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와 시설을 재배치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하고, 민간과도 협력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