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항로 없는 '요트투어'… 관계 기관 '책임 떠넘기기'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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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업소·구청·해수청·해경 등
관리 주체 나뉜 탓 안전엔 소홀
연간 100만 명 이용 '위험천만'
"배끼리 부딪칠라" 사고 우려도


부산의 대표 관광코스 중 하나인 ‘요트투어’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대표 관광코스 중 하나인 ‘요트투어’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요트투어의 한 해 이용객만 100만 명에 이르지만, 안전관리는 사실상 방치돼 위험천만한 항해에 시민 불안이 커진다. 부산 대표 관광코스로 부상하는 요트투어가 공공의 안전불감증으로 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 이 모(52) 씨는 최근 동창들과 요트투어를 다녀왔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출항부터 불안했다. 수백 대 요트가 빽빽하게 줄 선 계류장 사이를 투어에 나서는 요트 10여 채가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며 단 하나 있는 입구를 통해 한꺼번에 출발했다. 승객들은 정해진 좌석이 없어 자유롭게 이동하는데, 누구도 구명조끼를 받지 못했다. 옆에 보이는 다른 요트의 승객들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요트 위 유일한 안전장치는 성인 무릎 높이의 낮은 난간대였다. 운행 내내 포토존으로 가기 위해 좁은 통로를 따라 선미에서 선두를 승객 10여 명이 끊임없이 이동하는데, 중심을 잡을 난간대조차 드문드문 있어 배가 기우뚱거리면 각자 알아서 지지대를 찾아야 했다.

투어의 정점인 광안대교 교각에서 항해는 한층 더 위험해졌다. 이 씨는 “요트의 항로가 정해져 있지 않은지 배들이 같은 교각 아래 사진 명소에 한꺼번에 모여 움직였다”며 “동시에 불꽃을 터뜨리는데 까딱 하면 배끼리 부딪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돼 즐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23일 부산마리나선박대여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요트투어를 즐긴 이용객은 120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100만 명에서 1년 사이 20만 명이 늘어 매년 요트투어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조합은 지난해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해외 여행업체와 요트투어를 포함한 여행코스로 대거 계약을 맺은 것이 요트투어가 급부상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 해 100만여 명이 몰려드는 부산 대표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지만 위험천만한 운행이 이어질 동안 정작 공공기관은 무관심하다. 요트투어 관리 책임이 있는 각 기관은 모두 출항 이후 상황은 알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수영만 요트 경기장이 위치한 해운대구청 측은 “민원이 들어오면 안전 장비를 확인하지만, 자체적으로 배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탓에 출항 이후의 상황은 관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영만 요트 경기장을 관리하는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은 “계류장 시설과 입출항만 관리하고 있어 출항 이후 사정은 관할이 아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확인할 수는 있지만, 입출항 과정을 매번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선박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측도 관리 책임을 떠넘겼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보험기간 만료, 영업 관리 등 등록사업자의 의무에 한해서는 감독을 나가지만 운항 중 위법 사항은 해양경찰의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양경찰 측은 정기 순찰을 통해 위험 상황을 적발하지만, 사전 조치와 안전관리는 해양수산청의 의무라는 입장이다.

관계 기관에서 관리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사이, 요트투어는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현재 요트투어의 항로는 별도로 지정되지 않는다. 수십 채의 요트가 별도 지정된 시간대나 개별 항로 없이 사진 찍기 좋은 항로로 동시 운행하다 보니 위험천만한 항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명조끼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도 업체의 자율성에만 맡겨지고 있다. 부산마리나선박대여업협동조합 측은 구명조끼 착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조합에 포함된 업체는 부산 전체 요트투어 업체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협동조합 김영민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는 구명조끼 착용을 필수 원칙으로 주기적인 안전 교육과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합에 포함되지 않은 신생 업체들의 무분별한 운항을 현실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공공 대신 조합 측이 자체적으로 관리 감독을 하다 보니 조합 밖 업체들은 안전망밖에 놓이게 된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의 요트투어 이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공의 안전관리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 이모 씨는 “조금만 파도가 쳐도 목숨을 내놓고 타야 할 판”이라며 “부산 대표 관광 코스라고 하지만 주먹구구식 관리로는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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