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 ‘불출마·험지 출마’ 못 박는다
30일 회의서 공식 안건 의결키로
지도부는 “공관위서 검토 방침”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들의 ‘불출마·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오는 30일 회의에서 공식 안건으로 의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혁신위의 공천 관련 권고는 다음 달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로 넘겨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수용 압박에 선을 그은 모양새여서 양측의 신경전이 30일 전후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혁신위원들은 27일 언론을 통해 중진 용퇴론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정리됐으며, 30일 회의에서 용퇴론 안건을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주 용퇴론 안건을 의결하자는 입장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 부딪히면서 일부 위원 사퇴설까지 나왔다.
일단 혁신위는 30일 대면회의를 앞두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혁신위는 이날 예정됐던 화상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고, 지난 25일 울산에서 ‘지역구 출마 강행’ 의사를 밝힌 김기현 대표의 의정보고회에 대한 반응도 자제했다. 대신 혁신위는 30일 용퇴론 공식 의결을 통해 당 주류를 겨냥한 압박 강도를 최대치로 높이려는 기류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회의를 통해 “혁신위가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러 혁신안에 대해 상당 부분 의미 있는 제안으로 평가한다”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공관위에서 최대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당 지도부에 모든 지역구에 대한 전략 공천을 원천 배제하는 내용의 상향식 공천 관련 4호 혁신안과 과학 분야 관련 5호 혁신안을 보고했는데, 당 지도부가 자체적으로 의결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불출마나 험지 출마 역시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고 최고위에서 공식 의결할 성질의 안건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년 비례 50% 할당 등 혁신위가 제안한 다른 안건에 대해서도 공관위나 총선기획단에서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공천 관련 혁신안 전체를 공관위로 미루며 수용 여부를 미룬 셈이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개혁 속도가 급하고 빠르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배준영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4년 17대 총선 때 중진 26명이 용퇴했는데, (총선)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용퇴했다”며 “중진들의 사퇴는 적어도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시점, 공관위가 출범해 뒷받침할 수 있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용퇴론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분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위가 30일 용퇴론 안건을 공식 의결한 직후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비등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