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사이… 민주당 선거제 갈등 당내 뇌관 되나?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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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제 개편안 의총 하루 연기
연동형 유지-병립형 회귀 맞서
개혁파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이탄희 험지 배수진 치며 압박
이재명 “지면 무슨 소용 있나”
총선 승리 현실론 들며 이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모두 총선기획단을 띄우며 선거 채비에 나섰지만, 내년 총선에 적용할 ‘게임 룰’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당내 ‘개혁파’와 민주당 지도부 간의 마찰로 선거제 갈등이 당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이를 취소하고 의총 일정을 30일로 순연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 의원총회는 내일로 순연됐다. 보다 많은 의원님의 참여 속에 선거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더 충분한 시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지했다. 민주당은 30일 본회의 이전 의총을 개의한 뒤, 본회의가 끝나는 대로 다시 속개한다는 계획이다.

의총에서 원내 지도부는 여야 간 선거제 협상,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제 개편안 논의 상황 등을 보고하고 자유토론이 이어진다. 현재 당내에선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험지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을 위주로 정치개혁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위성정당 폐지’에 대한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했다. ‘병립형 회귀’ 반대 목소리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를 사수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국민의힘과 손잡고 과거의 병립형 비례선거제를 통과시켜 우리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최근 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를 가지고 국민의힘과 곧 야합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며 “병립형은 소탐대실이다.다시 위성정당을 만들어 사기를 치겠다는 쪽이 지고, 비례를 잃더라도 정치개혁 약속을 지키는 쪽이 이긴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이견이 속출하는 가운데 최종 결정 권한을 쥔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시선이 쏠린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자는 쪽은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가 ‘현실론’을 택한다면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추진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숙제로 남는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전날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선거제 논의부터 분열 조짐을 보이자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제 도입’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전날 선거제 개편에 대해 “선거는 승부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나 위성정당 출현이 가능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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