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18석’ 붕괴 직전인데… 제 살 길 찾기 바쁜 부산 의원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 의장, 내일까지 선거구 획정안 요구
남구 합구 가능성 높아…1석 감소 위기
‘현역 물갈이론’ ‘중앙당발 악재’ 겹쳐
여야 지역 의원 정치생명 연장에 몰두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7대부터 21대 국회까지 20년째 18석을 유지해오고 있는 부산이지만 네 달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는 선거구 1개가 감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방 소멸 가속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단순히 선거구 평균 인구수가 다른 지역보다 적어 ‘과대 대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치력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지역 정치권이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기된 ‘물갈이론’에 개인 생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기준을 현행대로 통보하고 5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행대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지역구 의원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하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지역구 간 인구 편차 허용범위(인구비례 2 대 1) 내로 최소 조정하고, 거대 선거구 방지를 위해 자치구와 시, 군의 일부 분할을 허용하라고 제시했다. 따라서 5일께면 상한 인구수를 초과하거나 하한에 미달하는 지역의 분구, 합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전국 각 지역마다 의석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서 부산이 지역구 18석 유지에 성공하느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은 21대 총선 때 인구 대비 ‘과대 대표’된 지역으로 적정 의석수는 17석이었지만 18석을 유지해 총선을 치렀다. 정개특위는 내년 총선 의석 수의 기준이 되는 2023년 1월 기준으로는 부산은 16석이 적정하다고 봤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지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 논리 개발에 성공, 18석을 모두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1석 과대 대표 지적을 받고 있던 광주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1석 줄어드는 것을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는 다른 지역의 공세가 막강하다. 인천에서는 부산과 인구 차이가 불과 약 30만 명이지만 국회의원 수는 인천 13명, 부산이 18명으로 불균형적인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부산 현역들에게서는 대응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은 물론 의지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현재 갑을 모두 인구하한 기준에 미달하는 남구의 합구를 사실상 정론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 부산 의원은 “무조건 18석을 모두 사수한다는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면서 “우리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로 알 고 있다. 한 석 정도는 다른 지역에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 부산 의원도 수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지만 다른 지역의 논리를 맞받아칠 수 있는 근거는 사실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부산 현역들의 이 같은 태도는 내년 총선에서 각자도생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에서는 선수를 막론하고 부산을 비롯한 영남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중앙당발 악재에 본선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 의석 수 1개를 방어해야 한다는 대의보다는 개인의 정치생명 연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산 몫의 비례가 새롭게 한자리가 생겨 18석을 유지, 의석 감소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번 총선 때마다 비례대표 제도는 가장 먼저 손질의 대상이 돼 변동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역구가 줄어든 이후 다시 늘리는 문제는 다른 지역과 충돌 여지가 있어 현행 의석수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제2의 도시 부산의 의석수가 감소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하는 바가 상당하다”며 “양당 모두 말로만 국가 균형발전을 외칠 게 아니라 지역민 목소리가 국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의석수 방어부터 성공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