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선사 측 과실 인정… 참사 6년여 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해양안전심판원, 시정 명령
"낡은 선박에 미흡한 보수·관리
부적합 화물 적재 등 겹쳐 침몰"
한국선급엔 검사방식 개선 권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 재결에서 눈물 보인 실종자 가족들. 김준현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 재결에서 눈물 보인 실종자 가족들. 김준현 기자

2017년 대서양에서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에 대해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이 선사 측 과실을 인정했다. 참사 발생 6년여 만에 나온 정부 기관의 공식 견해로, 참사 관련으로 진행 중인 형사재판 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은 5일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측에 시정을 명령했다.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에 관해 폴라리스쉬핑 선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심판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기존 지적들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화물창에 화물이 균등하게 적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하는 ‘격창적재’ △건조하게 유지할 공간에 수분 배출 밸브를 무단으로 설치한 것 △격벽의 지속적인 손상과 변형 부분 등이다.

심판부는 개별적으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문제가 여럿 겹치면서 침몰이라는 중대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선령이 25년으로 가뜩이나 낡은 선박인 스텔라데이지호에 부적합한 화물 적재방식, 미흡한 보수와 관리까지 겹치면서 침몰했다는 뜻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 재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 재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스텔라데이지호의 안전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에는 검사 방식이나 관련 제도에 대해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비슷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결과는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검찰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피고인 전·현직 선사 임직원 측은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앞서 김 대표는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해 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판결 당시 피해자들은 “돈 있는 사람은 법을 어기더라도 빠져나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분노한 바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 재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 재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날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들은 부산해양수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상식적인 판단이 나왔다며 반겼다. 재결 직후에는 심판장에서 서로 안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까지 6년 8개월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미수습자 몸과 마음은 망가졌다”며 “상식적인 판단을 내린 심판부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해양심판은 선박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선사 측의 과실이 드러나면 시정 권고나 명령 등의 처분을 내리는 준사법절차다. 각 지방 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심판을 청구한다.

한편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t을 싣고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배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이 타고 있었다.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한국인 전원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됐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