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월드 스타’ 이강인 시대 열리나
PSG 이적 반년 유니폼 판매 1위
실력도, 마케팅도 '효과' 입증
여러 포지션서 활용 가치 높여야
이강인의 주가가 날로 치솟는다.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 이적 뒤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려 간판선수인 음바페를 뛰어넘었다는 소식이다. 지난 3일(한국시간)에는 PSG 선수들이 한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이색 풍경도 펼쳐졌다. 이강인이 이적 반년 만에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메시를 연상시킨다”는 극찬에서부터 “음바페가 질투할라” 같은 호들갑까지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좋다. 뛰어난 상황 판단과 저돌적인 드리블, 패스 능력 등 일찍이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이강인의 발재간은 유럽에서도 통하는 모양새다. ‘진격의 이강인’, 그의 시대는 열릴 것인가.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 선수가 지난 11월 3일(현지시간) 열린 몽펠리에와의 홈경기에서 전반 10분 만에 왼발 슛으로 리그 1호 골을 넣은 뒤 음바페와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 치솟는 주가 ‘이강인 효과’
이강인, 솔레르, 하키미, 음바페, 뎀벨레…. 3일 원정 경기에서 나선 PSG 선수들의 등 뒤에 한글 이름이 또렷했다. 세계적인 축구 클럽 PSG에서 한글 유니폼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이런 ‘팬 서비스’를 보였다는 게 놀랍다.
올 시즌 PSG의 홈경기 관중 가운데 한국인의 비중도 20%나 늘어났다. 이강인 이름이 적힌 유니폼이 날개 돋친 듯 팔려 음바페 유니폼과 판매 1위를 다툰다. PSG에게 한국은 어느덧 프랑스‧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강인은 올해 7월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PSG로 이적했는데 불과 반년 만에 복덩이로 떠오른 것이다.
이강인은 PSG의 주전급 선수로 도약 중이다. 올 시즌 주축 미드필더로 뛰며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10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1 데뷔골은 PSG 선정 ‘11월의 골’로 뽑힐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리그1 사무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은 PSG의 숨겨진 슈퍼스타”라는 표현을 썼다. 이 모두가 ‘이강인 효과’를 증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PSG의 이강인이 지난 3일 르아브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한 후 같은 팀 아르나우 테나스 골키퍼와 포옹하고 있다. PSG 선수들은 이날 등 번호 위에 한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2-0 승리를 거뒀다. 연합뉴스
■ 마케팅용 선수라고?
‘마케팅용 선수’라는 수식어가 있다. 아시아 선수들에게 흔히 붙는 타이틀 중 하나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구단 전략과 관련돼 있다는 의미다. 박지성도, 손흥민도 초기에는 이런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PSG의 이강인 활용도 이와 무관하다 볼 수 없다. 한국인 관중이 늘고 덩달아 유니폼 판매가 증가하는 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강인 유니폼 판매량 1위는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슈퍼스타인 음바페의 유니폼을 구매한 사람은 이미 많을 것이므로 새로 영입된 이강인의 유니폼 판매가 늘어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머니’의 유입이 힘을 보탰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의 축구 문화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유럽인에게 축구는 일상생활이고 그에 걸맞게 스포츠 시장이 발달돼 있다. 특히 연고지 클럽에 충성하는 비율이 높다. 예컨대, 프랑스 파리에 사는 축구 팬들을 보자. PSG 유니폼이나 프랑스 국가대표 유니폼은 구입하겠지만 다른 나라나 다른 클럽의 선수 유니폼을 장만하는 데 애쓰지 않는다.
아시아는 다르다. 자신이 사는 도시의 축구팀 유니폼보다는 유럽 클럽에 입단한 아시아 선수의 유니폼이 더 인기다. 현대축구의 중심지인 유럽 축구의 위상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이강인처럼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가 최고의 클럽에 입단한다면 유니폼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월드 스타’ 자격 갖췄다!
그러나 마케팅이 그의 인기를 다 설명하진 못한다. 어쩌면 그것은 결과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럽에서도 통하는 이강인의 축구 실력이다. 공격적인 침투 패스, 눈이 즐거운 개인기와 탈압박, 묵직한 슈팅과 날카로운 크로스까지, 이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중 한 사람이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호르헤 발다노다. 그는 2019년 한 칼럼에서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의 대담하고 정확한 패스와 뛰어난 드리블, 볼 터치 능력을 극찬했다. “마라도나의 고향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나는 믿었을 것이다.”
이강인은 리오넬 메시의 천재성과도 비교되곤 한다. 스페인의 전설 사비 에르난데스 FC 바르셀로나 감독은 여러 차례 이강인을 언급했다. “이강인의 유소년 시절 드리블과 패스를 보면 어릴 적 메시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강인의 PSG 이적이 결정됐을 때도 “이강인은 메시의 대체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사비 감독은 어릴 적부터 메시와 경기를 함께 뛴 인물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들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6월 이강인 평가 기사를 내놨다. “양발을 사용하며 공을 잘 다루는데, 이를 속도와 민첩함으로 결합해 상대 수비수를 벗겨낸다. 무게 중심이 낮아 태클조차 걸기 어렵다.” 프랑스의 <프렌치 풋볼 위클리>는 이강인이 유럽 최고의 드리블러 중 하나라는 점을 수치로 분석했다. 지난 시즌 총 90개의 드리블, 경기당 2.9개의 드리블을 성공시키며 유럽 최고의 드리블러 4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강인은 이미 월드 스타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7월 9일(한국시간) 프랑스 최고 명문이자 유럽 굴지의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해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프랑스 리거의 탄생을 알렸다. 이강인 SNS 캡처
■ 활용 가치 높여 존재감 입증을
이강인은 무엇보다 공간인지 능력이 뛰어나다. 자기 몸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동작을 끌어낸 뒤 원하는 공간을 만들 줄 안다. 압박을 이겨내 방향을 전환하는 능력도 좋다. 그는 약점으로 여겨졌던 수비 능력에서도 근래 들어 확실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신체 능력을 키워 활동량과 속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수 양쪽, 여러 위치에서 다양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PSG로의 이적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 PSG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공격형 미드필더이든 수비형 미드필더이든 자신의 활용 가치를 증명해 나가야 한다.
지금 팀은 심각한 전력 누수로 고충을 겪고 있다. 중원 핵심 파비안 루이스가 어깨 탈구로 전열에서 이탈한 게 얼마 전이다. 당장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가 관건인데,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중원과 측면 모두 소화 가능한 이강인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다.
이강인이 PSG 입단 이후 실력과 마케팅 면에서 보여준 효과는 실로 긍정적이다.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가 이강인을 주목한다. 나이가 어려 앞날도 창창하다. 향후 이강인이라는 스타성의 완성을 예견하기에 충분하다. 바야흐로 ‘이강인의 시대’가 잉태되고 있다.
김건수 논설위원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