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 사용으로 업계 돕기 나선 시민들
환경보호 명분 유행 조짐
“유럽 수출 모색” 손길도
정부·업체 간 대책 ‘평행선’
정부의 오락가락 ‘빨대 정책’에 부산 지역 유일의 종이 빨대 제조 업체가 폐업의 위기(부산일보 11월 24일 자 4면 보도)에 빠지자 지역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종이 빨대 사용 바람이 불고 있다.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환경 보호에 동참하며 어려움에 빠진 종이 빨대 제조 업체를 돕겠다는 취지다.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카페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 A 씨는 "플라스틱 빨대가 저렴하긴 하지만, 환경도 신경 쓰이고 종이 빨대 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기사를 보고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나라도 종이 빨대를 계속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페 사장 B 씨는 "생각보다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의 단가 차이는 크지 않아 환경을 생각해 종이 빨대를 계속 사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종이 빨대 사용하기’와 함께 수출길로 활로를 찾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 수출업체 대표 C 씨는 “유럽에서는 이미 종이 빨대 사용이 보편화 되어 있다”며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판로를 통해 가격이나 상품성 등 종이 빨대가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 빨대 업체의 아픔을 공감해 내주 종이빨대 제조 공장을 직접 방문 추후 수출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환경부는 식당·카페의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생산에 사활을 걸었던 업체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정부 발표 이후 판로가 막히며 종이 빨대 수천만 개가 재고로 전락한 것이다
‘종이빨대 업체 살리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업체 간 의견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2차례의 간담회에서도 종이 빨대 제조 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재고소진, 판로개척 및 계도기간 종료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며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지원책을 긴급하게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