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국제인명구조견 월드챔피언십' 세계 1위, 이태원 본부장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이태원 본부장과 파트너견 이케가 '2023 국제인명구조견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해 세계 1등을 차지했다. 본인 제공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이태원 본부장과 파트너견 이케(마리노이즈·10살·수컷)가 9월 20~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3 국제인명구조견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해 아시아 참가자 최초 세계 1위에 올랐다. 국제인명구조견연합(IRO)이 진행하는 이 대회는 인명구조견과 함께 구조활동을 하는 전문가들이 선의의 경쟁과 기술 교류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유럽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로 20개국 67단체에서 164팀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 본부장과 이케는 수색 분야에서 194점(200점 만점), 복종 분야 87점(100점 만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1위에 오른 이 본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세계 1위에 올랐다. 소감을 말해준다면?
△오스트리아 넓은 벌판에서 각국에서 모인 최고의 훈련사들을 제치고 1등 단상에 올랐다. 태극기와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아 내가 해냈다', '한국 인명구조견 훈련의 실력을 세계에 알렸구나', '내가 드디어 월드 챔피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영광스럽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1등 공신, 파트너견 '이케'를 소개해달라.
△이케는 파트너인 나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구조견이 갖춰야 할 최고의 성품과 기질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인명구조견은 냄새를 찾아 핸들러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케는 이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한다. 낯선 곳에 가도 사람에 대한 친화성, 환경에 대한 친화성, 물건에 대한 소유욕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완벽한 아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점이 조화롭게 발휘돼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39년 동안 훈련사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왜 훈련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나?
△어릴 적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따르고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디서 배우지 않았는데도 직접 강아지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84년 고3 겨울 방학 때, 서울에 있는 누나의 집에 놀러 갔다 충무로의 극장에 들렀다. 과거에는 충무로와 퇴계로에 애견 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종일 강아지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한 가게 주인이 내가 추워 보였는지 몸 좀 녹이라며 들어오라고 하더라. 거기서 우연히 애견훈련소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전국에 애견훈련소가 4곳밖에 없었다. 그중 가장 가깝고 멋져 보였던 한국 경찰견 훈련소에 전화를 걸어 훈련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훈련소로 오는 버스 노선을 알려주더라. 그때부터 훈련을 시작해 오늘까지 39년 동안 훈련사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 최초 국제인명구조견연합(IRO) 국제 심사위원이라고 들었다.
△맞다. 한국에서 최초로 IRO 국제 심사위원이 됐다. 영광스러운 일이다. 국제 인명구조견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와 독일어 중 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독일어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좀 특이하다. 현재 시행 중인 IGP, 동반견 훈련은 주로 유럽에서 시작돼 원본 시행 규정이 대부분 독일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독일어에 매력을 느꼈다. 당시만 하더라도 독일어 학원이 거의 없어 독학을 해야 했다. 비디오와 카세트로 3년간 독학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걸 본 지인들이 농담 삼아 '독한 놈'이라고 말하더라.
-IRO는 어떤 곳인가?
△IRO는 International Rescuedog Organization, 즉 국제인명구조견협회다. 주력으로 하는 일은 인명구조견 훈련이다. 인명구조견 심사위원 양성 및 국제 재난 출동, 인명구조견 트레이너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명구조견 단체인 협회는 각 나라에서 큰 천재지변이 발생할 때 가까운 나라에 출동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나라에 있는 단체는 인명구조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협력과 소통을 통한 효과적인 인명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명구조견 훈련사로 활동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인명구조견 훈련사로서의 활동은 항상 어려움이 동반된다. 훈련도 힘들지만 훈련 완료까지 약 2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개와 훈련을 진행하면 중압감도 느끼는데, 홀로 고독한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훈련견의 컨디션과 특성을 고려해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나면 실전이다. 수색 작업은 뜨거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산길 등 극한의 환경에서 수행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가장 어려운 순간은 실종자를 찾았지만 너무 늦었을 때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그럼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당연히 실종자를 찾을 때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일이 2002년 직접 훈련시킨 '케시'라는 파트너견과 함께 처음으로 실종자를 발견한 순간이다. '아 이래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구나' 감동적이었다. 두 번째로는 최근 '2023 국제인명구조견 월드챔피언십' 1등을 차지해 우리나라의 인명구조견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순간이다. 내 훈련사 경력 중에서도 가장 값진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 팀의 성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가장 높은 곳에서 영예를 누렸다는 것이 정말로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목표였던 인명구조견 대회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그 다음 목표는?
△내가 갖고 있는 훈련 기술을 전수해 한국에서 인명구조견 훈련을 하고 있는 모든 훈련사들이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실전 실종자 수색에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인명구조견 훈련 이외에도 IGP라는 훈련 분야가 있다. 이 분야에서는 아쉽게 2009년과 2010년에 2년 연속 10등을 했다. 이제는 IGP 훈련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세계대회에서 1등을 해보려 한다. 전 세계 훈련사들에게 또 한번 태극기와 함께 애국가를 들려주고 싶다.
-최근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훈련사라는 직업이 많이 노출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훈련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인명구조견 훈련은 개인적인 취미나 욕망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가치 있는 반려견 교육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정성, 노력을 들여 훈련하고자 하는 마음이 최고의 훈련사로 만든다. 훈련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과 역경이 닥치겠지만 이러한 도전들은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삶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 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하는 훈련은 누군가를 위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아름다운 활동이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항상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거룩하고 숭고한 작업을 이어가길 응원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