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주 “친명 색채 부담스러워”
13일 이재명 대표 부산시당서 최고위
산은법 개정 침묵·외면할까 전전긍긍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전경
22대 총선을 넉 달 앞둔 부산 야권의 분위기는 현재 나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실패와 국민의힘 내홍 등으로 반사 이익을 누리며 역대 가장 성공적이었던 20대 국회(6석)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중앙당의 친명(친이재명) 체제가 강화되며 지역에선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은 수도권에 비해 친명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은 데다, 당 지도부가 반대하는 산업은행법 문제도 총선에서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부산을 찾아 지원사격을 벌이는 행보를 두고도 지역에선 반응이 엇갈린다. 이 대표는 지난달 대전을 찾은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이날 오전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오후에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수영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현장 간담회를 연다.
이를 두고 최근 부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이상기류를 보이면서 총선 주도권을 잡을 기회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친명계 지역위원장은 “부산 시민들은 월드엑스포 유치전에서 예상 밖 완패에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번 방문에서 이 대표가 부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전을 보여주면 내년 총선에서 부산 압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509명을 대상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P))에서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직전 조사 대비 1.3%P 내린 42.9%로 집계됐다. 같은 기관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는 국민의힘 부울경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4.3%P 떨어진 38.0%였다. 이는 민주당(40.8%)에 오차범위 범위 내에서 뒤쳐지는 수치다.
반면 지도부를 중심으로 민주당 친명 색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등 부산에서 예민한 현안에 대해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반 민주당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예비후보는 “부산 민주당 후보 중에 이 대표를 앞세운 선거 전략을 세우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관련해 당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 예비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을 두고 우리 당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일방적으로 국민의힘에 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부산에 와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뻔한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각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