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법 개정안 통과" 영남 민심 묵살한 이재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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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희망 외면, 정치 공세만 집중
지역균형발전 도외시 비난 자초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부산 부산진구 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을 지나 시당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부산 부산진구 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을 지나 시당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부산을 찾았다. 내년 4·10 총선 4개월 전이고, 지난 6월 일본 오염수 방류 항의 집회 참석 이후 6개월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부울경 시민이 염원했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대해서는 끝내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부산시당의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산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고개를 숙이면서 종이만 만지작거리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부산 방문에서 행여나 ‘선물 보따리’를 풀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 사회는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상공회의소 장인화 회장과의 면담에서 “밀어붙이는 건 아니다. 금융도시 발전 위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사를 에둘러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이 대표의 몽니로 산업은행법 개정은 연내 처리가 불발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한술 더 떠서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로 힘든 부산 시민을 직접 위로하기는커녕, 여당과 정부를 향한 정치 공세에만 집중해 당초 방문 취지마저 빛이 바랬다.

부산 상공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민주당 부산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가 결단하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모두 묵살됐다. 오죽했으면 지난 4일 국회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에서 (이 대표를) 꼭 뵙기를 바란다. 만일 만나기 어렵다면 최고위에서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수도권 표를 의식한 정치적 셈법으로 산은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민주당 본심만 확인했을 뿐이다. 현장 최고위에서 “국가 미래를 담보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아주 나쁜 악습”이라고 한 이 대표의 지적이 오히려 자신에게 해야 할 말로 보일 지경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산은 이전은 노무현 정부 이래로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이다. 부산을 넘어 울산·경남, 대구·경북 지역의 시민단체와 상공계까지 한목소리로 산은 부산 이전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내걸었던 산은 등 공공기관 이전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한다면 누가 그런 정당을 믿고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는가. 부산 시민은 산은 부산 이전이 정쟁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여야의 축복 속에 진행되길 바란다. 정치적 이익만 좇는 민주당의 나쁜 정치는 역풍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민주당은 부울경의 희망과 다른 길을 가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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